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서른 두어 살쯤 되어 보이는 보위원 하나가 자전거를 타고 그들 곁으로 다가왔다. 보위원은 외씨 같이 작은 눈을 재빠르게 굴리며 혁명화대상자들의 몰골을 한 사람 한 사람 훑어보다 화물자동차 곁으로 다가갔다.

 잠시 후 도 안전국 호송 안전원으로부터 14명의 신상문건과 판결문을 받아들고 보위원은 다시 혁명화 대상자들 곁으로 다가왔다. 보위원은 길 가장자리에다 자전거를 세워놓고 휴식을 취하고 있던 신참 혁명화 대상자들을 두 줄로 정렬시켰다.

 성복순은 같이 온 일행들과 함께 줄을 섰다. 혁명화 대상자들이 맥빠진 동작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와 줄을 서자 보위원은 피우고 있던 담배꽁초를 땅바닥에 뱉어 짓밟으며 댓바람에 욕설을 내뱉었다.

 『이 썅간나 쌔끼들 봐라. 어디서 굴러먹다가 온 반동 쌔끼들이기에 행동들이 이 모양들이가? 모두들 땅바닥에 꿇어앉으라!』

 갑자기 포악한 짐승처럼 돌변하는 보위원의 살기 띤 행동에 큰 충격을 받은 듯 수감자들은 하나같이 겁을 집어먹으며 흔들거리는 몸짓으로 맨땅바닥에 꿇어앉았다. 앞쪽에 서 있던 한 수감자는 땅바닥에 꿇어앉으라는데도 꿇어앉지 않고 손으로 땅바닥에 깔린 돌을 쓸어내며 엉거주춤 엎드려 있었다. 그러자 보위원은 그만 그녀 곁으로 다가가 신경질적으로 장단지께와 허벅지를 구둣발로 걷어차며 미친 짐승처럼 욕설을 퍼부었다.

 『이 개쌍년, 하라는 짓은 안하고 뭬 하는 기야, 지금?』

 여자가 맨땅바닥에 나뒹굴어져 죽는다고 비명을 지르다 일어나 얼른 꿇어앉으며 한번만 용서해 달라고 애걸했다. 그러자 곁에 있던 수감자들은 덩달아 겁을 집어먹으며 행동이 빨라졌다. 보위원은 행동이 굼뜬 수감자들의 옆구리와 허벅지를 인정사정 없이 짓밟으며 앞으로 나가더니 허리에다 두 손을 척 걸치며 주의사항을 늘어놓았다.

 『이 관리소에서 교화로동을 마치고 살아서 두 발로 걸어나가고 싶으면 내 말 똑똑히 들어라우. 너희들은 이 관리소에 로동을 하러온 로동자들이 아니다. 너희들은 모두 사회에서 큰 죄를 짓고 들어온 죄인들이다. 기런데도 어버이 수령님과 지도자 동지의 배려로 이곳으로 들어와 혁명화 과정을 밟게 되었다. 한번 들어가면 평생 나오지 못하는 함남 15호관리소(요덕)나 함북 25호관리소(청진)로 가지 않고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을 늘 수령님과 지도자 동지께 감사하라. 혁명화란 말 그대로 정치적 박해는 가하지 않는다. 너희들이 사회에서 저지른 죄에 대해 뉘우치고 정신차리라는 뜻으로 신성한 로동을 통해 혁명의식만을 고취시키는 것을 말한다. 길티만 이 교화로동도 너희들이 하기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진다. 판결문에는 교화로동 6개월이라고 적혀 있어도 이 관리소의 규율과 조직생활에 나태한 모습이 나타나면 평생 나가지 못하는 관리소로 옮겨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