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자의 그림책읽기
▲'안녕? 나는 짝짜꿍이야 '/이형진 글·그림/시공주니어

울산 강의를 마치고 귀가하는 인천 지하철 안. 6시간 넘게 차를 타고 온데다 멀미까지 겹쳐 죽을 지경이다. 강의에 가져갔던 그림책 때문에 가방무게 또한 만만치않다.
문이 열리자 반사적으로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나 그런가 전철 안은 비교적 한가하다. 종점까지 가야하는 난 느긋하게 그림책을 펼쳤다.
잠깐 졸았나보다. 누가 책을 주워 내 무릎에 놓는 거 같다. 눈동자가 유난히 까만 남자아이다.
"안녕, 고마워"
자세히 보니 아이 눈이 새까만 게 참 예쁘다.
"안녕. 까꿍~"
(까꿍이라니 나도 참 어? 근데 뭐야.)
눈이 예쁜 남자아인 얼러도 웃질 않는다.
두 돌 쯤 지났을까. 요 맘 때 아이들은 조금만 얼러도 막 웃는데. 조금 무안해진 나는 책을 다시 펼쳤다.
'무슨 애기가 웃어도 반응이 없냐?'
그런데 아이엄마는 다르다. 쳐다만 봐도 방긋방긋 웃는다.
아이 엄마는 내가 읽고 읽는 책에도 관심을 보인다. 흘깃흘깃 쳐다본다.
이거 읽으실래요? 했더니 고개를 젓는다. 가져가서 읽으세요. 했더니 이번엔 고개를 더 완강히 젓는다.
괜찮아요, 가지세요 했더니
"몰라요"한다. 몰라요라니… 싫어요, 좋아요가 아니고 무슨 말이 이러냐? 순간 아, 이 사람 우리나라사람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이가 그림책을 끌어 당긴다.
"아줌마가 읽어주까?"
아이는 좋다, 싫다도 아닌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인다.

안녕 ?
나는 짝짜꿍이야.
삐죽삐죽.
어, 뭐가 나왔을까?
다섯 개나 나왔어!

갑자기 아이가 자기 주먹을 앞으로 쑥내밀더니 손가락 다섯 개를 쫙 핀다.
"아우 깜짝이야"
난 과장되게 많이 놀 난 척을 했다. 아이가 까르르 웃는다.

헤헤헤, 우리는 말이지…
에헴, 나는 으뜸이야

아이가 엄지 손가락을 핀다.
나는 현수야
아이가 아까보다 더 크게 웃는다. 얼러도 웃지 않던 현수가 목을 젖혀가며 웃는다. 갑자기 명치끝이 아리다.
"현수야 이 책 가질래?"
아이가 두 손을 내민다.
난 트렁크에서 그림책 두 권을 꺼내서 현수에게 주었다. 아무리 무거워도 가방에 그림책을 넣어가지고 다니길 잘했다.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문이 닫혔는데도 계속 빠이빠이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