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29일까지 '인천인권영화제'
영화공간주안서 20여편 상영
부평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 다룬 개막작 눈길



'인간의 세상'을 지향하는 영화 축제인 '제14회 인천인권영화제'가 26일부터 29일까지 4일간 영화공간주안에서 진행된다.
영화제의 타이틀은 '지금, 여기, 평온한 저녁을 위하여'다.
'저녁'은 가족들이 모여 하루를 마감하며 쉬는 시간을 뜻하는 말로, 그렇지 못한 현재 상황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이번 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은 인천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상영한다는 점이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기타(其他/Guitar) 이야기'(Other Guitar Story)는 인천 부평 인근에 위치한 '콜트·콜텍'이라는 회사에서 부당 해고된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또 아동, 장애인, 성, 이주 등 모두 10개로 나눈 섹션에 인천섹션을 마련해 두 편의 영화를 준비하기도 했다.
인천인권영화제조직위원회의 조성혜 조직위원장은 "관객들로 하여금 우리 지역의 이야기를 보고 듣게 하고 싶었다"며 "오래전부터 간직해온 꿈"이라며 "지역영상을 발굴하는 차원에서 내년부턴 제작지원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가 끝난 뒤에는 감독과 영화주제별 관계자들을 초청해 관람객들과 의견을 나누는 '대화의 시간'도 갖는다. 첫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모두 7번의 만남이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 95년 시작한 인천인권영화제는 이후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열려왔다. 그렇다고 순탄한 여정을 걸어왔다는 말은 아니다.
인천민족예술인총연합회 김창길 사무처장은 "인권영화제 특성상 민감하고 비판적인 내용이 많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2회 영화제에서는 전경들이 상영관을 둘러싸는 사태가 발생해 실제로 몇 명이 구속당하기도 했다.
올 봄에 열린 '제13회 서울인권영화제'에선 상영장인 청계천 광장을 서울시에서 하루 전에 불허방침 통보로 막아서 혼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김 사무처장은 "우리 사회 소외된 이웃들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 인권영화제의 가장 큰 어려움이자 중요한 점"이라고 강조했다.
영화제 관람은 무료이며 사전 신청을 하면 장애인들을 위한 자원봉사자들의 활동보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영화상영시 자막서비스는 물론, 개·폐막 행사와 대화의 시간에는 수화도 함께 진행된다. 놓치면 아까운 영화들을 소개한다.


▲기타(其他/Guitar) 이야기(Other Guitar Story)-개막작
세계 기타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는 '콜트·콜텍'의 노동자들이 부당한 해고를 당했다.
고된 노동, 산업재해를 무릅써야하는 열악한 작업환경과 저임금, 비인간적인 처우에도 기타를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생산현장을 지켜온 노동자들은 2년째 힘겨운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다.
'기타노동자에게 삶의 노래를 돌려주자'라는 문화·음악인들과 노동자들의 만남·소통의 과정을 담고 있다.


▲국경은 없다(Borderless)
일본에서 유일하게 미군기지가 있는 오키나와, 이 소외된 지역의 사람들은 자결을 강요받고 학살까지 당했다. 그리고 국가공권력에 의해 수 만 명을 학살로 떠나보낸 제주도. 아름다운 자연 속에 숨겨진 아픔의 역사를 품고 있는, 다른 듯 닮은 두 섬 주민들 이야기다.
국적은 다르지만 평화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모습과, 국가를 넘어 자행되는 전쟁과 공권력의 참상을 통해 '국경은 없다'고 말한다.


▲저널리스트(journalists)
소련 붕괴 이후 벨라루스는 독립한다. 하지만 1994년, 루카센코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민주주의는 봉쇄당한다.
언론인을 집요하게 탄압하는 정부의 위협은 거세지지만 벨라루스 저널리스트들은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정부에 맞서 싸운다.
최근 언론통제 논란이 일었던 우리나라와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는 영화다.
영화상영 후에는 YTN의 노조위원장과의 '대화의 시간'도 마련돼 있다.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 개발에 맞선 그들의 이야기(People who can not leave)-폐막작
건설재벌과 지주들을 위한 개발·투기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용산 4구역 세입자들은 망루에 올랐다.
그리고 재벌과 지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부와 경찰의 살인적인 진압에 5명의 철거민들이 사망했다.
생존의 터전을 잃어 삶의 낭떠러지로 몰린 용산세입자들이 망루에 오를 수밖에 없던 이유를 밝힌다.
5명의 죽음에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오히려 철거민들에게 책임을 돌려 구속하고 있는 가운데, 지금도 유가족과 용산철거민들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032-423-0442

/심영주 인턴기자 blog.itimes.co.kr/yjs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