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끓어 오르자 인구는 꿀꺽 물을 삼키며 잠시 말을 끊었다. 그러다간 호흡을 조절하며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저는 대한민국으로 넘어와 여러 도시와 농촌을 둘러보았습네다. 보름 전에는 충청도 어느 민가에 들어가 농촌 사람들의 생활상을 둘러보다 점심 먹는 광경을 보았습네다. 그때 밥상에 차려진 음식은 이밥에 고기찌개가 맨 앞줄에 놓여 있었고, 밥상 중앙에는 상추, 고추, 쌈장, 김치, 멸치조림, 나물무침 등이 놓여 있었는데 공화국 인민들은 그렇게 잘 차려진 음식들을 명절날에도 먹지 못합네다. 그래서 저는 물어보았습네다. 오늘이 무슨 날이냐고 하면서. 그랬더니 그 집주인은 평소에도 늘 이렇게 먹는다고 하면서 뭐가 이상하냐고 오히려 저에게 되물었습네다. 저는 공화국 인민들은 평소에 강냉이밥에 김치, 염장무, 그리고 1년에 두어 번 동태찌개를 먹는다고 대답했더니 그 집주인은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그럴 리가 있느냐며 오히려 저의 말을 믿지 않으려고 했습네다.

 그 마을을 둘러보면서 또 하나 놀란 것은 집집마다 갖추어진 색 테레비와 전화, 냉장고와 창고에 쌓여 있는 쌀푸대, 그 밖의 잡곡을담아놓은 곡식 자루들이었습네다. 그런 가전제품들과 곡식 자루들을 보면서 저는 남조선 농민들은 공화국의 군 당 책임비서(군수)들보다 경제적으로는 더 윤택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네다.

 만약 공화국 인민들이 남조선 주민들의 실생활을 저처럼 다 둘러본 뒤 단 하루라도 휴전선을 개방해 놓고 「제가끔 제 살고 싶은 곳에 가서 살아라」 하고 선전한다면 2천만 공화국 인민들 대다수는 저마다 남조선으로 내려오느라 남으로 내려오는 길은 인산인해를 이룰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네다.

 그런데도 공화국의 당 고위 간부들과 선전선동 부문의 핵심 일꾼들은 수령 동지와 김정일 동지에게 거짓보고를 하고 있으며, 그 보고를 받은 수령 동지와 김정일 동지는 「우리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하루 빨리 남조선 인민들을 구출해야 된다」고 오늘도 북조선 인민들을 혹사시키고 있음을 생각할 때 끓어오르는 울분을 참을 수가 없으며 자유스러운 남조선 사회를 모르고 김일성·김정일 파쇼도당에 속아 생지옥 같은 북한 땅에서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는 공화국 인민들을 하루 빨리 구해 줄 것을 대한민국 국민들과 기자 여러 분들께 간곡히 호소해 봅네다.

 아울러 제가 공화국 인민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악마 같은 김일성·김정일 도당들에게 더 이상 속지 말고 하루 빨리 그들의 파쇼체제를 반대하는 투쟁에 나서 달라」는 것을 목이 터지게 외치고 싶습네다.

 끝으로, 저는 조국 통일을 위하여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으며, 새로운 삶을 배우고 열심히 일하여 조국 수호에 헌신하겠다는 것을 이 자리에 계신 기자 선생님들께 굳게 결의하면서 대한민국 만세를 부르겠습네다.

 대한민국 만세! 대한민국 만세! 대한민국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