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와다나베 기자의 답변을 끝내고 손수건으로 땀을 닦고 있을 때 군복을 입은 미군 병사가 손을 들었다.

 『에이 에프 케이 앤(AFKN)의 로저 스미스 기잡니다. 최근 북한은 전쟁준비와 관련해 군사장비의 기동성을 높인다는 미명 아래 일본으로부터 군용트럭을 대량으로 수입해 전선에 배치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귀순자는 후방부 운전병이니까 그 사실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 것으로 판단되는데 그 실상은 어느 정도니까? 답변해 주십시오.』

 『구체적으로 공화국 인민군대 내에 일제 화물자동차가 몇 대 수입되었는지는 알지 못합네다. 기러나 제가 몰던 화물자동차는 일제 이스즈 엔진을 단 차였고, 민족해방전쟁 전후로 들어온 소련제 구식 화물자동차들은 이제 노후 되었고, 그 부품이나 새로운 화물자동차가 더 들어오지 않는 실정이어서 공화국 전연지대에는 일본에서 수입된 차량들이 많이 배치되어 있는 실정입네다. 특히 공격전투 행동의 기동성을 보강하기 위해 전차들은 일제 엔진으로 개조하여 출력을 높였으며 구식 끌차(견인차)들도 신형 엔진을 단 차들로 교체했습네다.』

 로저 스미스 기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하자 한국일보의 정기수 기자가 손을 들었다. 보조요원들이 재빨리 그에게 마이크를 갖다주었다. 정기수 기자는 마이크를 받아들고 인구를 바라보며 『현재의 소감과 북한동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답변해 달라』고 말했다.

 인구는 정기수 기자의 이름을 메모한 뒤, 그가 대한민국으로 귀순한 뒤 둘러본 남한 사회의 실상과 보고 느낀 소감을 잠시 정리한 뒤 마이크를 끌어당겼다.

 『제가 우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공화국에서는 눈만 뜨면 남한에서는 북침 준비를 하고 있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는데 그 선전이 얼마나 엄청난 거짓말이었는가를 똑똑히 깨달을 수 있었습네다. 거리를 활보하는 활기찬 시민들의 모습과 공원에 나들이 나온 가족들의 자유스럽고 행복해 보이는 모습에서 저는 전쟁준비의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수 있습네다.

 두번째는 공화국에서는 남조선을 가리켜 매판 자본가들이 판을 치고 인민들은 굶주림에 시달린다고 선전하고 있는데 이것도 얼마나 가증스러운 거짓말인가를 알게 되었습네다. 더구나 굶주림에 시달린 남조선 인민들은 배고픔을 못 참아 소나무 껍질을 벗겨 식량에 보태기 때문에 산은 벌거숭이가 되어 있고 거리마다 거지들이 넘쳐난다고 선전하고 있었는데 내가 본 남조선의 서울은 그와는 정반대였습네다.

 수많은 고층건물과 넘쳐나는 자동차의 물결은 내가 남조선 땅에 발을 들여놓기 전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며, 이렇게 발전하고 현대화 된 남조선을 그렇게 악랄하게 선전해댄 공화국의 당 간부들과 일꾼들이 얼마나 공화국 인민들을 우롱하고 있는가를 실감할 수 있었습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