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비롯하여 시댁식구들과 외면하고 지낸지 삼 년여 되었다. 삼 십 여년 결혼 생활 동안, 단 일 년도 집에서 살뜰하게 살림 해본 기억은 없지만 그렇다고 살림을 모른척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팔자에 편재격인 사업가적 기질을 타고난 운명 때문인지 단순한 가사 일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낭비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언제나 생활전선에서 바쁘게 활동하는 것을 즐겼고, 가족들 또한 그러한 나를 별 불만 없이 지켜봐 주었다.

십년 간, 귀금속 운영으로 왕성하게 경제활동 할 때는 축복으로 여겼고, 역학교실을 개원하고 힘들고 어렵던 시절에는 어느 한사람의 노력으로 가족 모두의 생계를 편안하게 할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았다. 그런데 지극히 작고 사소한 감정이 싹이 되어 틈새가 벌어지기 시작하니까 걷잡을 수 없이 그 골이 깊어갔다.
오해란 참으로 요상한 속성을 지니고 있어 처음에는 아주 작고 사소한 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감정이 증폭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돌변하게 된다. 그래서 한번 깊어진 오해는 좀처럼 원상회복이 어렵다.

미움이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을 두고 섭섭한 마음과 오해가 조금씩 쌓여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이루게 된다. 미움과 사랑의 감정이 교차하면서 증폭되다가 나중에는 어떤 문제를 계기로 결정적인 파탄을 맞게 된다. 바로 나와 시댁과의 관계가 그랬다. 2007년 정해(丁亥)년은, 신축(辛丑)인 내 일주에 관성(官星 : 남편)을 극하는 상관(傷官)年이라 그런지 남편과 시댁식구가 합동하여 그야말로 미운 짓만 골라서 하고 있었다. 대부분 이런 해에 배우자 궁이 약한 사람은 부부 이별수를 겪게 되거나 갈등을 느끼게 된다. 운이란 이렇듯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든 어김없이 찾아들게 되어 있다. 무엇보다 잘못을 하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시댁식구들도 그렇지만 사실 남편의 소행이 더 괘씸하고 화가 났다. 그렇지만 운명적 소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필자로선 차라리 이해의 폭을 넓혀 그들을 관용으로 받아드리는 편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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