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하는 베트남 - 중/ 경제성장을 위한 베트남의 질주
GDP 8배 이상 증가 … 물가상승·실업률 안정세   

석유·천연가스 등 보유 … 성실한 노동력 강점   



세계인들은 대한민국이 한국전쟁 이 후 이룬 압축적 경제성장을 '한강의 기적'이라고 표현한다. 고마운 일이고 우리 스스로도 대견해 할 업적이다. 그럼 국가의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을 일반국민들은 어떻게 체감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경제는 지난 1962년부터 1979년까지 연평균 9.1%씩 성장했다. 같은 기간 기업들의 연평균 설비투자율은 26.4%에 달했다.

쉽게 말하자면 지난 1962년 우리나라에서 가동되는 전체 공장의 수가 100개였다면 1963년엔 126개, 1964년엔 159개, 1965년엔 201개……1978년엔 4천245개, 1979년엔 5천366개로 18년 동안 공장의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표현 그대로 기적이다.

이 기간 동안 일자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실업률(23%→3.8%)이 대폭 낮아졌다.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공산품의 종류가 늘어나면서 물가(42%→16%)도 안정세를 찾았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대학과 대학생 수도 증가했다. 일상에선 기워입던 옷·보릿고개·초가집이 사라졌다.

이 당시 유학길에 올랐다가 공부를 마치고 오랜만에 고국 땅을 다시 밟은 인사들의 대부분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상전벽해(桑田碧海) 그 이상이었다. 비행기가 공항주변을 선회하는 동안 내려다 본 서울의 모습은 출국 당시와 너무 달랐다. 공항을 나와 서울 시내로 진입하는 도로에서 볼 수 있는 풍경도 출국 전 서울과는 너무 달랐다"

베트남 경제는 지난 1986년 12월 개혁·개방을 의미하는 '도이모이' 이 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7.6%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진화를 거듭해오고 있다.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액(GDP)도 도이모이 전 125달러에서 1천24달러로 8배 이상 늘었다. 교역량과 외국인 직접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은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한국의 1970년대 성장세를 닮았다. 한국에서 3년 동안 체류하다 베트남으로 귀국한 베트남 중앙통신사의 한 기자는 "공항에서부터 예전과 달라진 베트남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며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는 한국의 성장세만큼은 아니겠지만 베트남 역시 매년 발전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급속한 변화는 현지 가이드의 전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999년 베트남에 정착한 변재근씨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라며 "더 많은 이윤을 생각하는 베트남 사람들, 세계적인 기업들의 간판이 즐비한 거리의 풍경, 물러설줄 모르는 각종 경제지표가 성장하는 베트남을 보여주는 단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에 부는 한류 열풍은 한국적 경제성장 모델을 추구하는 베트남 국민들의 정서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의 영화 또는 드라마를 즐기는 이유가 꼭 유명배우의 조각 같은 외모 때문만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산 문화컨텐츠에 담긴 풍요로운 경제수준·여유 있어 보이는 생활여건, 자유로운 사회분위기 등에 호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류가 베트남 국민들이 '잘 살아 보세!'를 각오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1970년대 미국 할리우드 영화를 보며 미국 중산층의 생활을 부러워하던 한국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베트남이 '한국의 것' 중에 아주 욕심을 내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새마을운동이다. 쌀국수가 베트남에서 유래된 이유는 베트남이 쌀 중심의 농업사회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베트남에선 국가 전체 산업 가운데 농업(전 국민의 74% 차지)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 그래서 베트남은 한국에서 농촌 근대화의 큰 성과를 이룬 새마을운동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이는 개혁·개방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 도시의 경제발전이 농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하기 위함이다. 베트남 역시 중국과 마찬가지로 도시와 농촌, 개방지역과 비개방지역의 소득·생활수준 격차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가 자랑하고 베트남에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베트남의 강점은 풍부한 천연자원과 저렴하면서도 성실한 노동력이다.

베트남의 국토와 연근해에는 엄청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 아울러 보크사이트·석회석·대리석·망간·니켈·티타늄의 매장량도 풍부하다. 혹자는 미국이 현재가치로 6천980억 달러에 달하는 전비를 월남전에 소모하며 베트남을 잡고자 했던 이유가 바로 이들 천연자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베트남 국민들의 51.7%가 24세 이하이며 교육열이 매우 높아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의 비중이 94%에 달한다. 이와 함께 베트남은 아열대 기후지역임에도 불구 인접국들보다 국민들이 매우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좋은 여건에도 불구 베트남 경제는 지난 2008년 △무역수지 적자(외환위기) △물가폭등 등이 겹쳐 휘청했었다. 주식시장이 반 토막이 나고 해외투자가 멈칫했다.

베트남 경제는 최근 한국과 마찬가지로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국은 지난 1998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자본주의 세계질서에 적응을 마친 상태로 경제위기에 대해 상당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는 반면 베트남은 아직 그렇지 못 하다.

아울러 베트남은 내부적으로 여전히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경제에 입각한 한국적 성공모델을 그대로 따르기엔 부적합한 부분이 많다. 결국 베트남 국가 지도자들의 역량이 얼마나 출중하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글·사진=유광준기자 blog.itimes.co.kr/june

거시경제 관리 강화 국영기업 개혁 박차

베트남 정부는 지난 1986년 개혁개방 정책인 '도이모이' 도입 이 후 사회주의에 시장경제적 요소를 접목하는 노력을 이어왔다. 먼저 지난 2001년에는 제9차 공산당 전당대회를 통해 '사회주의 지향 시장경제 체제'를 공식화 했으며 2006년 제10차 전당대회 이 후 공산당원의 사영기업활동 허용하는 등 시장경제를 토대로 한 대외개장 경제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제성장의 효과가 전 국민들에게 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사회제도를 손질하는 한편 대외적으로 세계경제에 적극 편입하려는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 1995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및 AFTA(아세안 자유무역지역)에 가입한데 이어 1998년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006년에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150번째)이 승인됐다. 특히 베트남은 지난 2001년 월남전 상대였던 미국과의 양자무역협정이 효력을 발생하며 세계 경제무대에 공식데뷔 한 바 있다.

아울러 베트남은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온 부패척결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으며 대외경쟁력 제고를 위해 거시경제 관리능력 강화와 국영기업 개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베트남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 해외투자자들은 여전히 베트남의 불안정한 금융상황에 좋은 점수를 주지 않고 있다. 또 투자와 회수과정에서 사사건건 국제기준이 아니라 베트남 기준을 따라야 하는 번거로움도 시정대상을 지목하고 있다.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선택하고 있는 중국과 흡사한 고충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유광준기자 (블로그)ju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