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의 미추홀
속담에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한다'는 게 있다. '송도 신도시'에 자리를 틀게 된 연세대가 약학대를 설립하겠다고 나선 것이 바로 그런 경우다. 각자위정(各自爲政)하며 욕심만 채우겠다는 심보다.
인하대, 인천대, 가천대를 제치고 가장 큰 캠퍼스를 차지하게 된 것도 편치 않았지만, '기왕에 그렇게 된 거' 하며 그간 마음을 다스리고 있던 인천시민들의 정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설쳐대니 목불인견이 아닐 수 없다.
'경우'가 한참 어긋난 것이다. 총장 되시는 분이 뉘신지는 몰라도 설혹 밑에서 그런 제안을 올렸다 해도 '인천에 빚을 진 우리가 어찌 지역대학을 제치고 약학대를 선점하겠느냐'고 자중했어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예부터 '경우'를 중시 여겨왔던 인천이다. '경우'를 모르는 이는 인천서 사람 취급을 안 해 왔던 것인데, 그처럼 물색 모르고 덤빈다면 연세대의 신도시 유치가 지역발전에 득이 없는 허망한 꿈이 아닐까 의심할 밖에 없다.
어쨌거나 '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뽑으려는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다. 한데 불난 집에 부채질 한다고, 시가 '대학의 경쟁력을 약대 유치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취지를 언론에 흘렸다'는 본보의 보도에는 난감해진다.
2006년 9월, 월간 신동아가 '이방인의 고향'이라는 제하의 인천 특집을 낸 일이 있다. 그때 필자는 인터뷰를 통해 "인천은 지방색이 없는 게 오히려 문제"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일이 있다. 최근 불거진 일련의 지역사회 문제들이 다 너나 없이 지역애가 모자란 탓이 아닐까 싶다. 뼈아픈 반성이 요구된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