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원한국언론인협회 사무총장
북한의 황강댐 무단방류로 빚어진 임진강 참사와 관련해 우리측의 안이한 대응이 여론의 모진 질타를 받으면서도 북한의 만행을 규탄하는 소리는 제대로 들리지 않고 있다. 물론 곳곳에서 정부의 총괄적이고 종합적인 대응시스템에 많은 허점이 드러나고 있어 분통이 터질 만도 하지만 북한에 대해 정부나 정치권, 시민단체 등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같아 안타깝다.

이번 임진강 참사는 북한의 의도된 행동으로 보인다. 북측은 우리 정부의 황강댐 무단방류 해명과 재발방지 요구에 임진강 수위 상승으로 인한 긴급 방류라 해명했지만 거짓말임이 속속 들어나고 있다.

요 며칠새 황강댐 주변은 많은 비가 내린 적이 없고 이 댐의 활용목적이 수해방지와 수력발전 이외에도 농공업용수 확보를 위해 예성강으로도 물을 흘려보낼 수 있는 댐의 구조가 돼 있는데도 임진강에 4천만t이나 되는 많은 물을 한꺼번에 흘려보내고 그것도 잠자는 시간인 새벽녘에 몰래 방류한 것은 불순한 저의에 의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위성사진 판독결과 황강댐 무단방류는 댐의 내부적, 기술적 문제가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같은 추론은 더욱 명확해졌다. 현인택 통일부장관도 국회에서 황강댐 방류는 북한의 의도된 행동으로 보인다고 말해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북한이 그동안 쏟아낸 거짓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국제사회에 공표하고도 핵실험을 하는가 하면 폐기했다던 플로토늄의 핵무기화와 미사일 발사실험을 인공위성발사라고 우겼다. 북한의 황강댐 무단방류도 핵실험 같이 미래의 수공에 대비한 시험방류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을 것같다.

통일부는 임진강 참사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지자 이를 의식해서인지 사건발생 직후 '선 진상규명 후 사과요구'라는 차분한 입장을 견지하다 뒤늦게 북한에 사과를 요구하며 책임을 묻는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황강댐 무단방류는 북한군부의 주도면밀하게 계획된 의도적 도발일 가능성이 높아 정부는 이번 만큼은 정공법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북측에 책임자 처벌은 물론 손해배상도 청구해야 한다. 북측이 계속 책임을 회피할 경우 유엔 등 국제기구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국제재판의 방법 등으로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앞으로 정부는 남북접경지역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 사고도 단순재난 차원인 아닌 안보차원에서 신속하고 긴급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북측의 수공에 대비한 대응댐 건설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현재 임진강에 북한의 황강댐 무단방류에 대비해 건설 중인 군남홍수조절댐은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적정규모보다 적게 짓는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6월 완공될 군남댐은 물을 가득 담아도 7천만t 밖에 채울 수 없으나 북한의 황강댐은 저수용량이 3억t에서 4억t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12월 북한이 황강댐을 이같이 대규모로 건설하면서 군남댐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북한땅의 일부가 물에 잠길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주장이 묵살되고 현재의 규모로 결정됐다는 것이다.

북한은 임진강 상류에 황강댐과 보조댐 4개가 있지만 이에 대응하는 우리측 댐은 군남댐이 유일하다. 때문에 만일 북한이 수공으로 황강댐을 활용하면 이를 막을 수가 없어 임진강 주변은 물론 서울까지 물바다가 되는 것은 불문가지일 것이다. 임진강유역은 평야지대여서 수몰지역 범위가 넓기 때문에 대형댐을 추가로 짓기는 어렵다는 게 건축전문가들의 견해여서 어차피 현재의 군남댐 제방을 당초 계획대로 높여야 할 것이다.

전두환 정권 때 건설된 북한강 상류의 평화의 댐은 대국민 사기극으로 지은 댐이라고 말도 많았지만 지금은 북한의 금강산댐이 아무리 많은 물을 흘려보내도 끄덕 없어 수공에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뜻있는 국민들은 이명박정부가 얼마나 단호한 자세로 북한에 책임을 묻고 철저한 재발방지대책을 세우는지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