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의 미추홀
하와이 공항.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줄지어 나온다. 그 가운데 영구 운송 행렬도 아닌데 하나같이 입에 마스크를 한 일본인들이 일렬종대로 나타난다. 이를 본 한 서양 노인이 혼잣말을 내뱉는다. '크레이지 피플!'
옆에서 그 말을 듣는 순간, 불현 듯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머리에 구멍이 숭숭 뚫려 죽는다고 해서 많은 이들이 촛불을 켜들고, 어린 학생들까지 겁에 질려 "우린 죽고 싶지 않다"고 했던 지난해 일들이 떠올랐다.
세계 유례가 없는 '먹을거리 대소동'이었지만 그 후 실상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 그런데도 천연스럽게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사는 우리 모습을 외국인들이 어찌 볼 것인지 걱정됐다.
신종 플루도 거의 다를 바가 없다. 하와이 동포들에게 전해들은 바로는 일단 자제가 플루에 걸리면 3~4일 쉬며 병원에 다니고, 나으면 학교에 보낸다는 것이었다. 독감에 걸렸을 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요법이었다.
한해에 독감이나 그 후유증으로 사망하는 이가 암 사망자보다 많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일본인들이 호들갑을 떤다는 시각이었다. 한국의 매스컴들이 쇠고기 때처럼 뉴스를 만들고 있는 게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
실제로 와이키키 해변이나 호놀룰루 중심지에서는 마스크를 한 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일본의 마스크 족(族)들도 겸연쩍었던지 어느 새 모두 마스크를 벗고 다녔다. 귀국 후, 지난주의 본보를 들춰보니 플루로 중단했던 각종 국내외 행사를 재개한다는 보도였다. '크레이지 피플'을 면한 듯한 같은 기분이었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