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떠나는 용인 역사기행
즐거운 기억속 그곳에 머물고 싶다. 여름방학과 휴가를 겹친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름 추억 역사기행을 떠나보자.
경기도 용인은 꿈과 추억이 있는 역사 여행지로 손꼽힌다. 에버랜드와 한국민속촌의 고장으로 알려진 용인시는 알고보면 한국문화유산의 거대한 박물관이다. 마고할미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할미산성부터 고려시대 대몽고 승전지인 처인성까지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숨어있는 유적지가 많다. 나라와 임금을 위해 초개같이 목숨을 내던진 충신과 용장의 묘역도 많은 곳이다. 그런가하면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의 생가, 국민 아버지의 반열에 오르며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의 묘역 등 카톨릭 성인들이 영원한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할미산성
처인구 포곡읍 마성리와 가실리 그리고 기흥구 동백동의 경계에 할미산이 자리한다. 그 정상부와 남쪽 능선에 걸쳐 퇴뫼식 석축산성이 놓여있다. 바로 마고할미가 앞치마에 돌을 모아 하룻밤 사이에 석성을 쌓았다는 전설의 할미산성이다.
할미산성은 신라시대의 축조수법, 토기, 가위 등의 유물들이 출토되는 등 신라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문화재로 경기도 기념물 제215호로 지정됐다. 신라 진흥왕이 한강유역 통치기반을 확고히 하기 위해 축조한 성곽으로 추정된다. 용인시는 금년 중 할미산성 복원을 위한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하고 발굴 조사를 실시,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복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용인 지명 600년을 맞아 할미산성을 복원해 용인시의 상징으로 삼고 용인의 중심지인 석성산을 중심으로 용인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확보할 생각이다.
할미산성의 유래를 토대로 할미성 대동굿이 생겨났다. '만사를 뜻하는 대로 이루게 해준다는 신선'으로 자리잡은 할미산 마고할미의 영험을 빌려 마을의 화합과 복을 기원하는 제례다. 용인의 대표적인 굿인 할미성 대동굿은 화려함, 명령조의 사설 등 강신무만이 갖출 수 있는 위용을 지닌 원시적이며 직선적인 굿이다. 지역예술인 유성관 씨(할미성대동굿 보전회장)가 복원해 92년부터 매년 12거리 원형을 재현해오고 있다.
 
■처인성
남사면 아곡리에 자리한 처인성은 고려시대 대몽고 항쟁의 중심지다. 용인시는 처인성 승전을 기념하는 용구문화예술제를 1986년부터 용인의 가장 큰 축제인 '용인시민의 날'행사와 함께 열어왔다. 매년 9월 말에 개최되는 '용인시민의 날' 축제는 처인성 승첩의 기상을 용인의 정신으로 승화시켜나가기 위한 '처인승첩 기념 길놀이'로 시작된다. 김량장동에서 행정타운까지 당시의 전쟁모습을 재현하는 처인승첩 길놀이는 부곡민과 몽고의 기마병들이 말을 타고 거리를 행진하는 등 현장감 있는 볼거리를 제공해 인기가 높다.
 고려시대 1232년, 몽고의 제2차 침입시 적장 살리타이는 10만 몽고 대군을 이끌고 고려를 침략한다. 당시 처인성 지역 부곡민(노예 및 천민)들은 고려 승장 김윤후의 지휘로 몽고군과 격전을 벌인 끝에 적장 살리타이를 사살, 대몽항쟁을 승리로 이끈다. 처인성은 임진왜란 시에도 관군이 왜병을 무찌른 전적의 기록이 남아있는 등 승기(勝氣)가 서린 장소다.
 
■충렬서원
고려말 충신 포은 정몽주의 선생의 묘소가 처인구 모현면 능원리 산3번지 문수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경기도 기념물 1호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그가 선죽교에서 타살된 뒤 태종 6년(1406)에 개성 풍덕에 초장했던 묘소를 고향인 경북 영천으로 천장하던 중 지금의 수지 풍덕천지역에 이르렀을 때 명정이 지금의 능원리 묘역에 떨어진 것을 포은 선생의 뜻으로 알고 이곳에 묘를 모셨다고 한다. 용인시에서는 매년 5월이면 동방이학의 시조인 포은 선생의 충절을 기리고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포은문화제가 열린다.
 조선시대 선조9년(1576년)에 이계, 이지를 비롯한 지방유림들은 뜻을 모아 정몽주와 조광조의 학덕과 충절을 추모하기 위해 선생의 묘소 인근(능원리 118-1번지)에 충렬서원을 창건하고 위패를 모셨다. 단아하면서 절제 있는 동양 건축미를 자아낸다.
 
■심곡서원
조선 창건과 정치 개혁에 앞장 선 정암 조광조 선생을 모시는 심곡서원은 수지구 상현동에 있다. 조선시대 효종 원년(1605년)에 설립됐다. 광교산·형제산에서 이어지는 구릉을 배경으로 경사지에 자리잡고 있으며 외삼문, 내삼문, 사당을 잇는 중심축을 중심으로 배치된 전형적인 서원 건축의 구조를 보이고 있다. 사우에 조광손과 양팽손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다. 2004년부터 외곽담장을 신설하고 연못을 준설 수축하는 등 면모를 일신했다. 서원에서는 매년 2월 중정에 향사를 지내고 있다. 원내에 경기도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5백년의 느티나무가 있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남구만 선생 묘소
약천 남구만 선생(1629~1711)의 묘소는 용인시 향토유적 제5호로 처인구 모현면 초부리에 위치한다. 숙종 37년(1711)년에 세워졌다. 선생은 조선 현종, 숙종 때의 문신으로, 영의정을 지냈다. 재임 기간 중 서인과 소론의 영수로 경신대출척, 갑술옥사를 거치며 부침을 거듭하다가 숙종 33년 1707년 벼슬에서 물러나 처인구 모현면 갈담리(파담마을)에 낙향해 살았다. 파담마을 가을 단풍은 '비파담 만풍'으로 불리며 용인팔경 중 제7경으로 꼽히는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선생이 이곳에 정자를 짓고 비파를 타며 경치를 즐겼다고 하는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청구영언에 실린 남구만 선생의 시조도 이곳에서 지어졌다고 추측된다.
 
■김대건 신부 생가
양지면 남곡리에 자리한 김대건 신부 생가는 국내 제1의 카톨릭 성지이면서 역사·종교적으로 중요한 문화유적지다.
 김대건 신부(1822~1846)는 우리나라 최초의 천주교 신부일 뿐 아니라, 천주교 103위 성인 중 한사람이다. 1984년 한국천주교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내한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로부터 성인으로 시성되면서 전 세계 카톨릭교회의 공경의 대상이 됐다. 충남 당진 출신의 김 신부는 할아버지를 따라 경기도 용인으로 이사해 1831년 프랑스 파리 외방전교회로 유학을 떠나기 전까지 이곳에서 성장했다고 전해진다.

■용인문화원 향토문화유적순례
용인시는 시민들에게 용인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해 내 고장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갖고 전통이 살아있는 고장의 시민으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용인시민, 단체, 학생 등을 대상으로 용인의 주요 문화유적지를 돌아보도록 하는 향토유적 순례 사업을 펼치고 있다. 용인문화원이 주관해 5코스의 유적순례코스를 운영한다. 1회에 35~45명 단체신청으로 매년 4월부터 11월 30일까지 토·일·공휴일을 제외하고 운영한다. 올해부터는 10인 이하 개인접수로 매월 2째주와 4째주 토요일에 처인·기흥·수지 구청별로 출발하는 용인시티투어를 시행하고 있다. 3코스를 운영한다. 1인 5천원의 참가비만 내면 된다. 문의 용인문화원 031-324-9600, www.ycc50.org

/용인=김진오기자(블로그)kjoha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