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
쌍용자동차 노사는 지난 6일 극적인 대타협을 이뤘다. 77일간의 파업과 공장점거에 종지부를 찍고 파국을 면했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된 것에 대해 쌍용차의 회생을 간절히 바라왔던 평택시민과 함께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동안 쌍용차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도모하면서 무엇보다도 어려웠던 점은 노동조합·회사 경영진·정부 모두 자신들의 주장을 전혀 굽히지 않는 것이었다.
정부는 노사양측이 해결해야할 문제라며 중재자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사측은 구조조정 없인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노조는 단 한명의 정리해고도 수용할 수 없다며 버텼다. 협상당사자 모두가 벽을 보고 대화하는 것 같은 답답한 상황이 너무나 오래 지속됐다.
쌍용차 노사는 '고용유지 48%, 정리해고 52%'의 타협안으로 합의에 이르기까지 너무 많은 상처를 입었다.
먼저 장기파업으로 1만4천590대의 생산차질을 빚었다. 손실액이 3천16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쌍용차의 판매망이 타격을 입었다. 무엇보다 쌍용차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상처다. 공장에서 함께 일하던 노동자들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도 손실이다.
쌍용차는 노사간 대타협으로 회생의 불씨를 살리긴 했지만 남은 과제도 많다. 내달 15일까지 제출할 기업회생방안이 법원과 채권단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추가 자금지원과 제3자 인수를 통해 시장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아직 불투명하다.
쌍용차 사태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두 가지 숙제를 남겼다. 첫째 노사가 극단적으로 대결하는 77일 동안 사회갈등에 대한 우리사회의 조정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못했다. 둘째 경직된 노동운동이 극단적 노사대립과 갈등을 초래하기도 했다.
노조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싸운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과연 회사를 파산직전의 상황으로까지 몰고 가는 극단적 방법 밖에 선택할 수 없었는지 돌아봤으면 한다. 경직된 노동운동이 현장노동자의 이해를 제대로 반영한 것인지 또 지금의 노동운동이 대의와 명분에 충실한 것인지 반드시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사측 역시 3천억 원이 넘는 생산차질을 빚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노조와 신뢰관계를 구축하지 못하고 정리해고라는 채찍만 휘두르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갈등기간 동안 '중재자'가 아니라 '방관자'에 머물렀던 정부에는 실망을 금치 못한다. 용산 철거민사태에 이어 이번 사태를 통해 이명박 정부가 사회갈등 관리에 아예 무관심하거나 무능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기업의 구조조정에 따른 정리해고 조치에 대해 노동자의 극단적인 저항이 초래한 결과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심정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우리나라는 실업에 따른 사회안전망이 불충분하고 취업알선, 직업훈련 등에 의한 전직과 재취업도 말처럼 쉽지 않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근로조건 격차가 크기 때문에 대기업 노동자일수록 정리해고에 대해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 사회안전망의 확충과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이 절실하다.
쌍용차가 다시 한 번 씽씽 달리기 위해선 일차적으로 노사가 생산을 조속히 정상화해야 한다.
양질의 자동차를 생산해 소비자의 불신을 극복하는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회생의 열쇠는 소비자들의 구매선택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정부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자금지원과 평택시민과 소비자의 성원은 자연히 이어질 것으로 믿는다.
 
/정장선 국회의원·경기평택 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