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는 근대 문화자산의 보고(寶庫)이다. 우리나라 그 어느 지역도 흉내 낼 수 없는 역사적 체험과 그에 얽힌 유물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 조금만 눈여겨보면 중구의 내재적 가치를 금세 확인해 볼 수 있다.
그 중에는 강원도가 소설가 김유정을 기려 '김유정 역'을 만들고 그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한국 철도의 시발지였던 인천역을 시골의 간이역처럼 방치하다시피 했던 모습들도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구가 연차적인 계획을 세워 근대 문화자산을 살려 나가는 사업을 착실히 수행해 최근 그 성과가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점은 퍽 고무적이다. 가칭 '최초사 박물관'을 '개항박물관'으로 개칭한 것도 그 예다.
'최초사 박물관'의 경험을 살려 중구가 지니고 있는 근대 문화자산을 일별해 관람할 수 있는 '개항 박물관'으로 확충 발전시켜 나가자는 안은 선견적인 안목과 지역 문화의 기득권 확보라는 점에서도 주목이 된다.
더구나 '자장면 박물관' 등 계속 이어질 사업을 심도 있게 수행키 위해 지역 사상 최초로 개관 전에 학예사(學藝士)를 임명했다는 것은 '문화'로써 중구를 살려 나가겠다는 확고한 실천 의지의 표명이라고 하겠다.
이와 함께 최근 논의를 시작한 '문화 지구 지정'도 큰 관심사다. '인사동, 대학로, 해이리'에 이은 국내 4번째의 신청이나 중구가 지닌 '독자적 문화'를 보존하는 획기적인 방안의 하나이므로 정부가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이들을 잘 엮어 간다면 중구는 남부럽지 않은 역사와 문화와 경제를 구비한 관광 지역으로 급부상하리라 믿는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