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공천 부적격자」 명단 공개에 대해 정치권의 반발이 명예훼손혐의 소송제기 검토 등 구체화되고 있다.

 이에 반해 시민단체측에선 경실련이 국회 속기록을 토대로 「워스트(최악의) 의원」 명단 공개를 검토하며, 참여연대를 비롯해 300여개 시민단체가 12일 「총선시민연대」를 발족시키고 자체 작성한 공천반대 정치인 명단 공개 등을 통해 낙천·낙선운동을 실행에 옮길 방침이어서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정면충돌 위기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시민단체의 선거개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만드는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실련의 「부적격」 명단에 포함된 여야 의원들은 명단 발표 이튿날인 11일까지 「시민단체의 월권이자 명예훼손 행위」라고 격렬히 비난하면서도, 경실련의 명단공개에 대한 국민여론의 호응도 등을 감안, 구체적인 대응조치에 대해선 의원들 서로 대응방법을 탐문하기만 하는 등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명단」 의원들 가운데 명백한 비리문제가 아니라 당적변경, 개혁입법 반대 등 논란의 소지가 많은 의원들은 상당히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국민회의 영입파 의원 모임인 「국민통합21」 소속 의원 18명이 이날 저녁 시내에서 모임을 갖고 명예훼손 혐의로 경실련을 공동제소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고, 자민련 김학원 의원은 장문의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에 대한 당적변경과 호화해외여행 물의 혐의를 해명하면서 경실련의 명단 삭제와 사과를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전남 강진·완도에 조직책 신청을 한 천용택 전 국정원장도 이날 해명서를 내고 『지난해 추석때 노모를 만나기 위해 공군헬기를 이용한 사실은 있으나 노모의 병세가 악화된 상황에서 국정원장직을 충실히 수행해야만 하는 당시 여건에서 불가피했으며, 당시 광주공항의 민항기 이·착륙이 지연된 것은 나 때문이 아니라 공군훈련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국회에서의 「저질소란」 행위로 명단에 오른 한나라당 이사철 대변인은 「항의문」을 내고 『김대중 대통령 친인척의 행태 문제를 지적, 시정을 요구한데 대해 국민회의 국창근 의원이 폭언과 폭행으로 제지하려 한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그 원인과 과정을 살펴보지 않고 무조건 저질, 소란자로 몰아붙인 것은 당치도 않은 것』이라며 명단 삭제와 사과를 요구했다.

같은 당 정의화의원도 개혁입법 반대자로 지목된데 대해 국회 보건복지위 속기록을 증거로 제시, 『본인은 의약분업이 제대로 착근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미비점이 많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보완할 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을 뿐』이라며 『경실련의 성실한 조치가 없을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음을 밝혀둔다』고 말했다.

 또 「본회의에 결석하고도 회의수당을 받아 도덕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지적을 받은 무소속 정몽준 의원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으로서 잦은 해외출장으로 인한 불가피성을 해명하는 한편 『정당한 사유로 청가서나 결석계를 제출하면 국회법에 따라 회의수당을 지급받도록 돼 있다』며 경실련측에 공식항의를 제기, 「도덕적 물의」부분을 삭제하고 「출석률 저조」 등으로 표현을 정정토록 했다.

 여야 3당들은 아직 당차원에선 뚜렷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국민회의 박상천 원내총무는 『시민단체가 의원활동을 감시하는 것은 좋지만 시민단체의 잣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낙선운동을 한다면 이는 상대주의를 기본원리로 하는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했으나 당차원의 대응에 대해선 『시민단체들이 모르고 한 일인데…』라며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나라당도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경실련의 명단 공개에 대해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라고 결론을 내렸으나 일단 당차원의 대응은 자제하면서 시민단체들의 후속움직임을 예의 주시키로 했다.〈연합〉 유용태 의원과 한나라당 정창화정책위의장은 경실련의 명단 공개에 대해 「순수하지 못한」 의도가 개입된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