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서구 검단농협이 요즘 천사표 아줌마 고객때문에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40대 여성이 불우이웃돕기에 써달라는 짤막한 말과 함께 거금 1천만원을 내놓고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여인이 돈을 내놓은 사연은 이렇다.

 지난달 14일 오전, 20여년 고객인 그는 검단 농협에 나타나 농사짓는데 쓴다며 자신의 통장에서 6백80만원을 자기앞 수표로 인출해 갔다.

 돈을 인출해간지 3~4시간이 지났을 때쯤 풀이 죽은 모습으로 농협으로 되돌아 온 그는 책갈피에 수표를 넣고 가다 이를 잃어 버렸다며 어쩔줄 몰라했다.

 검단농협측은 발행수표에 대해 지급정지를 시키는 등 한바탕 북새통을 떨었지만 잃어버린 수표를 찾을 수 없었고 결국 그는 돈 찾는 것을 포기하고 집으로 발길을 옮겨야 했다.

 그러나 이날 저녁때쯤 검단농협에 잃어버린 수표를 주웠다는 반가운 전화 한통이 걸려왔고 우여곡절 끝에 그는 수표를 찾게 됐다.

 이 일이 있은지 열흘 뒤, 그는 검단농협에 다시 나타나 잃어버린 수표를 찾은 것은 좋은 일에 쓰라는 하늘의 뜻이라며 3백20만원을 더한 1천만원을 불우이웃을 돕는데 써달라며 내놓았다.

 그가 내건 조건은 단 한가지. 자신의 신분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검단농협은 이 돈을 어떻게 써야 뜻이 있을 지를 고민한 끝에 7일 오전 11시 지역 자생단체장과 기관장이 모여 지원대상자를 결정키로 했다.

〈박정환기자〉 timebomb@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