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
인천시의 재정파탄을 우려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인천지역 사회·경제단체·정당 등이 잇따라 시 재정운영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이러한 여론을 걱정스런 시각으로 보고 있다.

안상수 시장은 "시민사회가 걱정할 정도로 시 재정이 위기 상황이 아니다"라며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설득력이 모자란다. 안 시장은 "인천이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하게 성장하는 도시"라고 강조하고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인천이 먹고 살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많은 시민들은 "과연 인천이 세계에서 유례 없이, 예외적으로 급성장하는 도시인가"에 공감하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

가정이나 기업도 빚에 쪼들리다 보면 거덜나기 십상이다. 지방자치단체라고 예외가 아니다. 재정파탄 지경에 처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지방정부의 재정파탄은 단체장의 방대한 예산 운용과 누적되는 부채 등 불건전한 재정 운용에서 비롯된다. 급하지도 않은 사업을 곳곳에 벌여놓고 실적올리기에만 급급해 재정을 과다하게 낭비할 경우 위기는 불가피하다. 그 부담과 고통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전가될 것은 뻔하다.
일본 홋카이도 유바라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 워싱턴DC 등이 파산한 대표적 사례다. 우리는 이들 파산한 지방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유바라시는 일본의 대표적인 테마파크 관광도시였다. 탄광이 밀집했던 홋카이도의 이 소도시는 '나키타 데쓰지' 전 시장이 1980년대부터 관광도시를 만들기 위해 호텔, 리조트 등 관광정비 사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관광객이 감소하고 지방교부세가 삭감되면서 재무 상태가 악화돼 결국 지난 2006년 6월 파산을 선언했다. 시장이 잘못을 저질렀으나 그 부담과 책임은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되돌아갔다. 빚 때문에 시민들은 수도요금 등 공공요금의 대폭인상으로 고통을 겪어야 했고 공공서비스는 일본에서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파산 뒤 구조조정으로 공무원 수는 절반으로 줄었고 임금도 30%나 삭감됐다. 관광시설 종업원들은 실직해 정든 고향을 떠나는 주민들이 늘었다. 그러나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인천시 예산 중 채무비율이 해를 거듭할 수록 급증하고 있는 것을 예사롭게 간과해선 안된다. 시 채무 규모가 안상수 시장 재임 기간에 2배 이상 증가한 것은 방만한 예산운용 결과라 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시 지방채 규모는 올해 말 2조3천81억 원으로 예산 대비 31.9%에 달할 전망이다. 실제 시 산하 공사·공단 등의 부채를 합치면 2008년말 총부채는 5조원, 올해는 7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자가 얼마나 될 지 생각조차 껄끄럽다. 재무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진 게 분명하다. 무리한 사업을 가능한 한 억제하고 지방채 발행에 신중을 기해 재무 건전성 유지를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경고를 안 시장은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재정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자치단체는 거의 단체장의 무리한 대형사업 추진과 방만경영에서 비롯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경기 침체로 세수에 큰 구멍이 뚫려 있는 것도 지방재정 악화의 한 원인이 되지만 근본적으로 따지면 단체장의 무책임한 경영에서 비롯된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지방행정도 이제는 기업을 경영하듯 해야 한다. 기업경영식 경제논리에 의존하지 않고 정치적 이유를 내세워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외국에서 흔히 겪는 재방재정 파탄을 우리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지자체도 책임경영 체제와 경쟁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자치단체장의 무책임한 경영이 결국 주민들에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인천시의 불건전한 재정운용, 개발정책 위주의 팽창재정에 대한 논쟁은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재정위기 상황을 지적하는 시민사회의 충고를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