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장어'
육질 '쫄깃·촉촉' … 부드러운 부위는 '사르르'

장어 머리·등뼈 등 푹 고아 만든 어죽 '별미'

테이블마다 '복분자술' … 보양효과 천상궁합


그 놈 힘 한번 세다. 장어 한 마리를 뜰채로 건져내니 저 있던 물로 돌려놓으라고 펄떡펄떡 야단이 났다. 인천 연수구 송도의 송도장어(대표 김영환(56))네 자연산 장어는 웬만한 어른 팔뚝만한 굵기에 키는 1m가 넘는다. 힘도 보통이 아니라서 한 마리를 잡으려면 최소한 남자 두어명은 달라붙어야 한다. 스스로의 체력이 이리도 좋으니 삼계탕, 영양탕과 함께 보양식 대열에도 빠지지 않으면서 '스태미너 음식'으로 유명세를 떨칠 명분이 충분하다. 청량산 줄기 밑자락에 자리잡은 송도장어는 싱싱하고 좋은 장어를 가져다 쓰기로 소문이 났다. 신선한 재료덕에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육질이 제대로 살아있어, 이 곳에서 요리를 먹으면 원기회복과 건강관리는 물론이고 봄철 입맛은 덤이다.

▲소금·간장·고추장 양념의 색다른 맛
"여기 소금으로만 주세요.","저는 소금하고 고추장이요."
장어 맛은 소스가 좌우한다.
송도장어의 손님들은 각각 세 가지 양념이 발라진 장어를 입맛대로 주문할 수 있다.
소금구이는 담백하고 슴슴한 맛이 손님 상에 오르기 전 초벌구이때 쓴 참숯의 향과 한데 섞여 쉽게 질리지가 않는다.
장어의 있는 그대로의 맛을 느끼기에도 제격이라 '장어 마니아' 들은 대부분 소금구이를 고집 한다고 한다.
송도장어 주인의 자부심이 대단한 간장양념은 인삼, 감초, 당귀와 같은 한약재 말고도 10여가지 재료를 넣어 24시간 동안 정성으로 다려 만들어낸다는데 감미롭게 입에 착 달라붙는 맛이 그만이다.
고추장 양념은 달달하게 매콤한 맛 때문에 여성들이 선호한다.
자글자글 소리를 내며 석쇠 위에서 익고 있는 빨간 장어를 보는 것 만으로도 군침이 돌아 얼른 한 젓가락 집어 먹고 싶다.
이곳 자연산 장어는 호주 타스마니아주 청정지역에서 잡힌 것을 가져온다. 한국 자연산은 구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가격도 엄청나 거의 대부분이 중국 등에서 장어를 수입해 온다.
송도장어가 쓰는 호주산 장어는 적게는 17년에서 많게는 24년까지 나이를 먹은 것만 취급한다.
오랜세월 바다향을 머금은 연륜이 있어서일까. 육질이 유별나게 촉촉하고 쫄깃해 씹을 때마다 입안에서 '쪽쪽' 소리가 난다. 부드러운 부분은 스폰지 케이크를 먹는 것 처럼 혀에서 사르르 녹는다.
갯벌장어는 자연산과는 또 다른 맛이다.
소고기와 닭고기를 합친 것처럼 보들보들 씹히면서도 탱글거리는 탄력이 있다.

▲장어구이와 함께 나오는 것들
송도장어에서 장어 구이 말고도 빼 놓을 수 없는 별미가 바로 '어죽'이다.
장어의 머리와 등뼈를 푹 고아 건더기를 걸러낸 엑기스에 녹두와 찹쌀, 미역을 넣고 죽을 만든 것인데 주인 김씨는 비리지 않고 깊은 맛을 내도록 완성하는데 6개월이 걸렸다고 했다.
장어 뼈는 예부터 해독작용이 있다고 전해져 있는데 실제로도 술먹고 난 후 이 죽 한 그릇이면 해장으로는 제격이란다.
또 절인깻잎, 무 피클, 백김치 등이 정갈하게 올라오는데 모두 기름진 장어의 느끼함을 상쇄시킬 임무를 가지고 있다.
특히 깔끔하게 절인 깻잎에 장어를 올리고 생강절편을 몇 개 얹어 싸 먹으면 한도 끝도 없이 들어갈 것 같다.
그 밖에 알빙어 튀김과 장어뼈 튀김은 그야말로 영양식이다.
김씨는 식당 앞 마당에 채소를 기른다.
토마토, 상추, 피망, 부추, 청경채, 깻잎, 쑥갓…. 그 종류도 다양한데 다 자라서 먹을 수 있는대로 손님 상에 올린다. 장어와 함께 무농약 채소를 먹을 수 있다.
장어를 다 먹고 나면 후식으로 알밥과 동치미 국수 그리고 잔치국수 중에 선택해서 맛 볼 수 있다.

▲복분자주와 찰떡궁합
복분자술은 장어를 안주삼아 하룻밤 과하게 마셔 크게 취하면 다음날 3년씩 젊어진다는 말까지 나돌정도로 복분자주의 탁월한 효력과 함께 장어의 보양효과까지 더해져 천상의 궁합을 이룬다고 한다.
송도장어에는 테이블마다 복분자주가 올려있다.
양기를 왕성하게 하며 정혈(精血)작용을 한다는 복분자주와 장어가 만나면 한철 몸보신은 걱정없다.
장어를 한 점 먹고 복분자주 한 모금으로 입을 헹구면 느끼한 기름기도 사라진다. 032-883-8855.
/글=장지혜기자·사진=박영권기자 blog.itimes.co.kr/jjh





한의학이 말하는 장어

<식료본초(食療本草)>에는 '장어는 습(濕)과 각기· 요통· 풍습 등을 다스리고 연주창과 장출혈을 앓는 사람은 항상 먹는 것이 좋다'고 나와 있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장어고기는 소아의 감병(疳病)과 기생충으로 인한 복통을 다스린다'고 했다.
장어는 한의학에서 크게 2가지 효능이 있다고 보는데, 구충과 생식기 강화다.
충(蟲)에 감염되면 충이 몸의 정기와 진액이 빠져나가게 해 폐결핵, 피부병, 치질, 음부 궤양 등의 증상을 유발하는데, 장어는 이때 몸의 원기를 회복시켜 이들 충을 몰아내고 잡아먹는 역할을 한다.
한의학에서 허리는 콩팥, 즉 생식기에 관련되는 부위인데, 긴 장어의 허리 힘이 생식기를 강화한다고 한다.
이로써 남자에게는 양기를 북돋아 발기가 잘되게 하고 허리와 다리가 튼튼해 지며 여름을 잘 날 수 있다.
여자는 냉의 분비가 많을 때나 산전산후의 허약할 때 등 자궁이 약한 것을 보충해 준다 한다.


복숭아와 장어는 상극!

장어를 먹고 복숭아를 먹으면 설사가 나기 쉽다.
장어는 21%가 지방으로 이뤄져 있다. 갑자기 많은 양의 지방을 섭취하면 평소 담백하게 먹던 사람에게는 소화에 부담을 주게 될 수도 있다.
지방은 당질이나 단백질에 비해 위에 머무는 시간이 길고 소장에서 소화효소인 리파아제의 영향을 받아 소화된다.
복숭아에 함유된 유기산은 위에서 변하지 않으며 십이지장을 거쳐 소장에 도달한다.
십이지장과 소장은 위와는 달리 알칼리성이다.
새콤한 유기산은장에 자극을 주며 지방이 소화되기 위해 작게 유화되는 것을 방해하므로 자칫 설사를 일으키게 돼 장어를 먹고 후식으로 복숭아를 택하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