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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경제의 침체가 우리 실물 경제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경제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공장의 평균 가동률이나 재고가 외환 위기 직후인 1998년 수준에 머무는 등 수출 감소와 내수 침체로 인해 소비 부진과 실업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인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인천의 올 1월 취업자 수가 지난해 1월보다 1만 명이나 감소했다고 한다.

경기 침체에 따른 일자리 감소 사태는 이미 지난해 12월 전년 동월 대비로 취업자가 1만9,000명 줄면서 가시화됐다.

특히 취업자 수 감소는 제조업이 작년 33만6,000명에서 31만6,000명으로 2만 명 줄었고 도소매 · 음식숙박업 분야의 취업자 수가 약 1만 명이 감소하였으며 연령대로는 20대 취업자 수가 9천명, 30대가 1만 2,000명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청년 실업의 문제가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갈수록 취업 전선의 문이 좁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조어도 범람하고 있다.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는 이제 옛 말이 된 지 오래이다.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뜻의 '이태백'에 이어 이십대에 퇴직한 백수라는 뜻의 '이퇴백'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20대의 비정규직 일자리는 월급이 평균 88만 원이라고 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88만 원 인생'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고용 시장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공기업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고통 분담을 통해 실업 문제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임금을 낮춰서라도 고용을 유지하고 나아가 일자리 하나라도 더 늘리려는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일자리 나누기 운동이 확산되려면 정부에서는 고통 분담을 통해 고용 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에 대해서 대출금리 우대와 법인세 납기 연장, 세무 조사 유예, 고용보험기금 지원, 정부 물품 조달 우대와 같은 직접적인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기업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각종 조치도 적극 활용되어야 한다.

일자리 유지 및 창출은 결국 기업의 투자 활성화에서 비롯된다.

중소 · 수출 기업에 대한 보증 규모 확대, 서비스 산업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업 위축을 최소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추경 예산 편성도 과감하게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이외에도 효율적인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반기업적이고 불합리한 규제를 철폐함으로써 투자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어려운 경제 위기를 맞아 노·사 간의 긴밀한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상호 고통 분담의 자세가 어느 때 보다도 절실한 상황이다.

노사가 합심하여 임금 안정과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스스로의 일자리를 지켜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영자들도 위기 상황 일수록 창조적인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고 과감한 연구개발(R & D) 투자로 신제품 개발과 틈새 시장을 공략하여 호황기를 대비하는 경영 마인드가 요구되는 시기이다.

또한 경영자들은 이를 통해 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하고 근로자들에게는 비전과 희망을 주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는 위기에 강했다.

위기 때마다 새롭게 성장하였고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 되었다.

기업은 위기 속에서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롭게 탈바꿈했다.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통 분담으로 이번 경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신정한인천상공회의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