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논단 ▧
지난 1월 중순 경 일본 관서지방으로 건축 답사를 다녀왔다. 유명 건축가의 작품과 일본 근대건축물을 답사하는 이 프로그램은 2004년 여름 우리 학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시작하여 6년째 진행하고 있다. 인천시내 전문계 고등학교 건축과 교사들과 함께 자비로 진행한 이번 행사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이다. 고교 교사들과 함께하는 건축 답사는 건축관련 직업 교육의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해외 유명 건축물을 직접 체험하고 국제적 흐름을 배워 이를 건축 교육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답사의 대상 건축물은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안도 타다오의 작품이 많았지만,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1993년 오사카시에 세워진 'NEXT21'이란 실험 주택이다.

이곳은 한참 주목을 받던 1990년대 후반에 다녀온 곳이지만, 10년이 지난 현재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다. 21세기형 실험 주택인 이 건물은 세워질 당시부터 지금까지 그 독특함으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국내에도 여러 차례 소개되었다.

골목 안에 위치한 지상 6층, 지하 1층의 작은 아파트가 주목을 받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 공생 주택, 환경 보전적 설계, 에너지 절약 시스템, 녹지 공간의 입체화로 대표되는 지속 가능성을 건축적으로 해결하려 했기 때문이다.

NEXT21은 백제인들의 도래지로, 오사카 코리아타운으로도 유명한 우에마찌에 위치하고 있으며, 도시 공간적으로는 오사카 남북에 조성된 공원녹지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대지 특성을 고려하여 건물의 각층에 인공 지반을 조성하였다. 이는 녹지 공간을 적층화하여 오사카의 녹지축을 도시적 스케일에서 네트워크화하기 위해 건축물을 생태계를 갖춘 산처럼 만들겠다는 의도이다.
단지 내에 조성된 녹지에는 단순한 식재를 넘어 계절의 변화를 주택과 외부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수종을 심었으며, 해충 방제는 물론 낙엽처리 방법까지 설계에 반영했다. 인공 토양을 갖춘 옥상 정원에는 태양광 차폐 및 수분 증발에 따른 잠열 제거 등 열부하를 고려하여 식재했으며, 연못과 새를 위한 인공 둥우리까지 만든 바이오톱 시스템을 갖추었다.

Next21은 오사카가스(주)에서 건설한 사원 주택으로, 이곳에 입주한 사원들은 지속으로 변화의 모습을 보고해야 한다.

또한 에너지 절약 시스템을 조절하는 스위치가 많아 이를 제대로 사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지적처럼 몇 가지 문제도 있다. 그러나 준공 이후에도 추적 연구를 계속하여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 지역문화의 재발견, 다세대·다문화 공생, 자연환경의 재생 등을 테마로 지역과 대학 연구기관과 폭넓게 협력하여 전시, 워크숍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2007년 봄부터는 세 번째 실험으로 거리와 생활을 잇는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의 실천 연구를 시작했다.

몇 년 전부터 전국을 휩쓸고 있는 '명품도시' 열풍으로 국내 대부분의 도시가 명품도시를 추구하지만, 정의조차 세우지 못한 채 구호만 남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천 또한 '세계 일류 명품도시 인천'라는 비전을 가지고 도시개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어떤 명품도시를 어떻게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립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제자유구역 건설과 도시재생사업으로 인천의 도시 공간과 건축물은 일약 혁신적 변모의 시기를 맞고 있다. 인천만이 갖는 독특함과 명확한 개념을 세우지 못한 채 대형 건물로 도시가 채워진다면 스케일만 다를 뿐 현재의 도시상과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인천시는 지금이라도 '지속 가능한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대전제를 바탕으로 생태 건축을 그 실천 방안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는 녹색성장을 정책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는 현 정부의 정책과도 부합하기 때문에 사업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회색 도시로 대변되는 인천 곳곳이 자연으로 채워지는 날을 기대한다.

/손장원 재능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