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29일 송년담화를 통해 여야간에 『문제가 된 사건들에 대해 원칙있는 처리를 통해 최대한 관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힘에 따라 그 의미와 관용 대상, 방법, 시기 등이 주목된다.

 김 대통령의 「관용 용의」 표명은 우선 「여야간 화합과 협력의 큰 정치」를 해나가겠다는 의지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대국민 선언이기도 한 동시에 내년초 여야 총재회담을 앞두고 새로운 여야관계 정립에 대한 야당의 호응을 기대하는 대야 메시지이기도 하다.

 김 대통령이 말한 「문제가 된 사건들」은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됐던 세풍사건과 한나라당 정형근의원 문제를 비롯해 여야가 주고받은 고소·고발사건을 포괄적으로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회의측 집계에 따르면 여권이 지난 15대 대통령선거전이 한창 벌어지고 있던 97년 8월부터 정 의원의 「빨치산」 발언 사건이 있던 지난달까지 야당이나 언론사 등을 상대로 고소·고발을 제기한 사건은 모두 45건.

 김 대통령의 관용의지 표명에 따라 여권은 이들 사건에 대해 고소·고발 취하 등 조치를 조만간 취할 것으로 보이나, 모든 사건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일방적인 관용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여권 고위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 대통령이 「원칙있는 처리」라는 단서를 단 것도 여권 내부의 이러한 기류에 따른 것이다.

 특히 45건중에 들어있지는 않은 세풍사건과 관련, 여권 관계자들은 김 대통령이 언급한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는 한나라당 이회창총재 흠집내기에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뜻이지 현재 진행중인 사법절차의 중단조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현실적으로 그럴 수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다만 사건 핵심관계자로 미국에 도피중인 이석희 전 국세청장이 귀국, 검찰의 진상규명에 협조할 경우 사후 관용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것.

 정형근 의원 문제는 여권이 현재 언론문건 사건으로 3건, 부산발언으로 1건 등 4건의 고소·고발조치를 취해 검찰에서 조사가 진행중이나 정 의원의 검찰 출두 거부로 진전을 못보고 있다.

 이와 관련, 여권은 화합의 명분외에도 총선에 미칠 영향 등 실리적 이유에서도 구속 등 사법처리를 원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강래 전 청와대정무수석,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등 구체적인 피해자가 있는 상황에서 당에서 일방적으로 고소·고발을 취하토록 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적어도 정 의원이 검찰에 나가 사건조사에 협조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

 김 대통령은 다만 『저 자신 최대한의 (화합)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자신이 직접적인 피해자인 부산발언에 대해서는 고발 취하 용의를 시사했다.

 「문제사건」들에 대한 여권의 이같은 대응 기조는 내부적으로 논란이 많다가 지난주말 입장이 정리됐다는 후문이다.

 모든 사건에 대한 일방적 관용조치 주장이 한때 제기되기도 했으나 ▲고소·고발을 일괄취하해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간 고소·고발이 재연될 수밖에 없으며 ▲사법당국의 조사에 응하지 않고 버티는 피의자에게 공권력을 제대로 행사못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 「원칙있는 처리」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화해 차원에서 과거 정쟁에 따라 야기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도 순수한 사법적 사항과 정쟁의 소산에 따른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해 선별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그는 특히 정 의원 사건에 대해선 『이강래 전 수석 등의 명예가 있지 않느냐』며 『정 의원이 일단 검찰에서 진술하고 사과해야 당에서 이 전수석 등에게 양보하라든지, 사전조율이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