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황규광동얀탄소고문
2008년 8월 09일 (토, 제14일) <3의 2>

오후 4시, 작은 개울을 건너고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다니 족(族)'이 살고 있는 지위카 마을(Jiwika, 해발1625m, 31℃)에 도착했다. 앞쪽 나무울타리 너머 낮은 초가지붕이 여러 채 건너다보이고 오른쪽 넓은 공터에는 높은 망루가 세워져 있다. 망루 위의 다니 족은 뭐라고 고함지르면서 우리들에게 활을 쏘려고 한다. 진짜로 그러는 것으로 알고 처음에는 놀랐으나 금방 알아차렸다. 조금 후 저쪽 산 밑에서 10여명의 적들이 활과 나무창을 들고 나타났다. 망루 위의 보초는 더욱 다급하게 큰소리로 고함을 지르니 다니 족 마을에서 10여명이 활과 나무창을 들고 나타났다. 곧 양측사이에 밀고 밀리는 전투가 벌어지고 부상자도 발생했다. 한참 동안 전투를 벌인 끝에 다니 족이 승리했다. 다니 족은 기뻐서 춤을 추면서 우리들을 자기 마을로 인도한다. 그들은 연방 라욱! 라욱!(안녕! 안녕!)이라고 우리들에게 인사한다. 조금 전의 전투장면은 우리들에게 보이기 위해 사전에 짜여 진 각본에 의한 전쟁놀이였던 것이다.

우리들은 다니 족의 안내를 받으면서 마을로 들어갔다. 타원형으로 빙 둘러진 나무울타리를 따라 낮고 작은 초가집이 20여 채 있고 가운데 마당은 광장이다. 마당에는 많은 다니 족 남녀들이 춤을 추면서 고함을 지르고 있다. 어린이들도 있다. 남녀 모두 벌거벗고 있으나 남자들은 코데카를 차고 활과 나무창을 들고 여자들은 허리에 풀로 만든 '요칼'이라는 짧은 도롱이를 두르고 있기도 하고, 목걸이 같은 것을 몇 십 개 허리에 두르고 유방은 모두 드러내 놓고 있다. 몸에는 여러 가지 문양으로 칠해서 모양내고 머리에는 새의 깃털이나 동물의 뼈로 장식하여 멋을 부리고 있다. 어떤 남자와 여자는 코에 동물의 뼈(멧돼지의 엄니?)를 낀 사람도 있다.

우리들은 돼지 한 마리를 사서 다니 족에게 선물했다. 이제 이 돼지를 잡아 돼지축제를 벌이게 되었다. 돼지를 잡는 방법이 독특하다. 가까운 곳에서 돼지의 심장에 화살을 쏜다. 잠시 후 돼지는 비틀거리면서 몇 m 걸어가더니 푹 쓰러진다.

한편 근처에서는 끈을 나무에 걸치고 여러 번(약 30번) 당기니 마찰열로 불이 붙었다. 마을입구근처에서 불을 피우고 벽돌크기의 돌을 굽기 시작했다. 이 불에 구워진 뜨거운 돌 위에 여러 가지 식물의 잎을 깔고 고구마를 얹는다. 그 위에 넓은 바나나 잎과 고구마 잎 등 여러 가지 잎채소를 깔고 돼지고기를 올려놓았다.

죽은 돼지는 털을 태우기 위해 불에 그슬린다. 이곳에서 돼지를 잡는 법과 몽골에서 양을 잡는 방법에서 같은 점이 있음을 발견했다. 두 곳 모두 물을 한 방울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곳은 아직도 석기시대의 생활이므로 칼이 없다. 이들은 20cm정도의 대나무로 돼지를 잡기 시작한다. 한참 사용한 대나무가 무뎌져서 잘 잘려지지 않으면 이빨로 무뎌진 대나무를 조금 벗기고 새살이 나오도록 한다. 이렇게 하여 대나무로 돼지 한 마리를 금방 해부했다.

뜨겁게 달구어진 돌과 돼지고기가 뒤섞인 위에 바나나 잎을 덮고 그 위에 마른 풀을 쌓고는 그 주위를 다니 족들이 노래와 춤을 추면서 빙글빙글 돌고 있다.

약 한 시간 반 후 가족단위로 둥글게 둘러앉은 다니 족들에게 익은 고기를 골고루 분배하고 먹기 시작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고구마는 익었으나 돼지고기는 아직 덜 익었다. 이들은 덜 익은 돼지고기도 아랑곳하지 않고 먹고 있다. 원래 이들은 생식도 하고 있으니 덜 익은 고기라도 별 문제없는지 모르겠다. 돼지고기에 소금은 전혀 찍지 않는다.

우리들은 오늘아침 호텔에서 가지고 온 도시락을 먹으면서 돼지고기도 조금 얻어먹었다. 도시락 2개와 먹다 남은 도시락(5개)을 추장에게 주니 이것도 골고루 나누어준다. 내가 추장에게 사탕을 한 봉지 선물하니 아이들을 불러 골고루 나누어 준다. 이곳은 사유재산의 개념이 없는 철저한 원시공동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