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간 쟁점의 타협점을 찾기 위한 정치적 거래를 하는 회담이 아니라 새천년이 시작되는 것을 계기로 짧게는 김대중정부 출범 이후, 길게는 지난 반세기 한국정치사에서 계속돼온 소모적 정쟁을 지양하고 생산적인 정치와 이를 위한 새로운 여야관계의 틀을 논의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당위적 과제일 뿐 아니라 16대 총선을 앞두고 있는 여야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여야가 회담후 「뉴 밀레니엄 정치 공동선언(가칭)」 형식으로 발표할 합의문에는 16대 총선의 공정하고 엄정한 관리, 선거공영제의 철저한 시행, 지역감정을 악용하는 선거전 방지대책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 경쟁시대에 경제회복과 도약, 국가안보와 한반도 평화정착 등을 위한 여야간 협력 다짐도 빼놓을 수 없는 사안이다.

 특히 빈번한 고소·고발을 자제하는 등 정치력을 발휘해 정치권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자는 다짐도 정치선언의 중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차피 입장이 다른 여야간 총재회담이므로 여당이 꺼리는 야당의 주문이 없을 수 없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국정운영에 관해 대통령이 중립적 입장을 견지할 수 있도록 하는 당적이탈 문제 ▲국회가 제대로 입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여건 조성 문제 ▲검찰과 국정원의 제자리 찾기 ▲여야간 신뢰조성 및 상생의 정치 실현문제 등을 회담에서 제기할 것이라고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이 가운데 김 대통령의 당적이탈 문제, 검찰과 국정원의 제자리 찾기 문제 등은 언론문건 사건 등 최근 여야간 정치쟁점과 관련된 주문이기 때문에 여권이 불쾌해 할 수 있으나 회담 성사나 「정치선언」 합의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 총재가 『이런 것들이 회담의 전제조건은 아니다』라고 밝힌데다, 김 대통령도 「정치는 여야간 대화와 협력에 맡기고 세계 일류경제건설과 남북관계 개선에 주력한다」는 선에서 야당의 당적이탈 주문에 대한 완곡한 거부와 존중의 의미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 총재가 언론문건 사건과 관련, 그동안 야당이 주장해온 「언론장악」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김 대통령은 「언론자유와 독립을 최대한 보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으로 답변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총재는 또 한나라당 정형근의원 문제에 대해선 직접 거론하지 않으면서도 여야간 고소·고발의 남발에 대한 정치력 부재 반성과 자제 다짐을 통해 여야간 화해를 통한 정치적 해결의 길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야간 핵심쟁점인 선거법의 경우, 이 총재는 『여러가지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거론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국민회의 박상천총무는 선거법이 타결되기 전에 총재회담 성사 가능성에 회의를 나타내 여야간 입장차이를 보였다.

 새해 총재회담이 국민화합, 정쟁지양 등 화려한 정치적 수사로 채워지더라도 총선까지 겹쳐 여야간 정쟁이 재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선이 정치권 안팎에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회담이 최소한 지난 3월 여야 총재회담 이후 지루하게 이어져온 정쟁을 일단락하는 의미는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용우·조태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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