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의 미추홀
영상의 힘은 세다. 수 년 전, 지구촌 곳곳의 영화관을 휩쓴 '타이타닉'의 수입이 그 해 미국 자동차 수출액보다 월등히 많았고, '해리포터와 마법사들' 역시 영국에 떼돈을 벌게 해 왕실이 여류 작가에게 기사(騎士) 작위까지 주었다.

'겨울 연가'도 일본 NHK가 '겨울 소나타'라는 이름으로 내보내 한 때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여세를 몰아 촬영지였던 남이섬, 공지천, 용평스키장 등지가 일본 부녀자들의 관광코스로 각광을 받았었다는 것은 두루 알려진 일이다.

그러나 그 같은 현상에 대해 일본 평론가 하라타 유키에는 '한국을 소비하는 일본'이란 책에서 '대중문화를 이용해 역사적으로 불편한 관계를 무마하려는 움직임의 하나로 한국 문화를 받아들였다'는 견해를 말해 눈길을 모았다.

거꾸로 말하면 우리 의사와는 관계없이 '일본에게 한국이 소비당하고 있다'는 불유쾌한 것이 되는데 일본 전역의 빠찡코 장마다 설치돼 있는 '겨울 소나타'라는 게임기 등이 바로 그 극단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영상의 힘을 관광 차원에서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인천에서도 있어 왔다. 대표적인 예가 타지 영화사에게 지역을 로케 장으로 제공하고 적지 않은 제작비까지 지원해 주는 것인데 사리로 따지면 주객이 한참이나 전도된 일이다.

관광을 한때 유행하다가 속절없이 사라지는 영상물의 인기에 기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겨울연가'나 '풀하우스'의 반짝 효과를 일반화해서도 안 된다. 관광 자원은 어디까지나 그 지역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와 자연인 것이다. 그를 바탕으로 한 풍부한 볼거리, 먹을거리, 살거리만이 관광을 살리는 진짜 힘이라 본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