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옛날 고대 이스라엘의 다윗 왕이 어느 날 궁중의 세공장을 불러 자신을 기리는 반지를 하나 만들라고 지시하면서 한 가지 주문을 하였다고 한다.

그 주문은 "내가 큰 승리를 거둬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 스스로를 자제할 수 있고 반면 큰 절망에 빠졌을 때 좌절하지 않고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글귀를 반지에 새겨 넣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그 세공장은 반지를 만들어놓고도 적합한 글귀가 생각나지 않아 며칠을 고민하던 끝에 지혜롭기로 소문난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더니 솔로몬은 잠시 생각하다 "이것 또한 곧 지나가리라"라는 글귀를 적어 줬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미드라쉬라는 유대교 문헌에 나오는 이야기로 아무리 좋은 부귀, 영광은 물론 아무리 큰 절망과 고통이 있더라도 이는 곧 지나가게 되어 있다는 말로 늘 절제하고 겸손하며 용기를 잃지 말라는 훌륭한 가르침을 주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말이다.

새해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새해라는 기쁨과 희망보다는 근심과 우려가 더 많은 것 같아 어둡기만 하다.

더욱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난국이 언제쯤 해결될지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인천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 주도형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그 파급이 클 수밖에 없으며 그 만큼 시민과 기업인 모두에게 고통이 클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추진해온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한 신성장 동력 창출과 도시재생을 통한 전통산업의 경쟁력 확보라는 핵심경제정책은 물론 선진도시로의 도약을 위한 '세계도시 축전'과 '아시안게임' 등 주요 행사들도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망하거나 용기를 잃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고통과 위기를 넘겨왔다.

1970년대 중반에 찾아온 제1차 오일쇼크와 1980년대 찾아온 제2차 오일쇼크 모두 2~3년 만에 회복시키면서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냈다.

그리고 90년대 말 찾아온 IMF 위기라는 경제난국 또한 단 3년 만에 회복함으로써 지구촌을 놀라게 해 한국인에게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전인자가 있는 것이 아니냐하는 말까지 나오게 했다.

물론 이번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적 난국은 지금까지 있었던 경제위기와는 그 성격과 내용이 크게 달라 앞으로 전개될 위기대응과 극복과정이 많이 다를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위기를 언제,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의 미래 또한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가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슬기롭게 대처해 나간다면 우리경제가 한층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우리 모두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우리 인천은 21세기를 준비하고 선도해 나가기 위한 많은 프로젝트들이 있어 이번 위기만 잘 넘기면 21세기를 선도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선진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소(牛)의 해라고 한다.

소는 우리에게 매우 친근한 동물이며 부지런하고 우직함을 대표하는 동물이다.

한 마리의 소가 불가능하기만 한 것 같은 끝없는 들녘을 한고랑 한고랑 갈고 나가듯이, 서두르지 말고 멀리 보면서 현실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이 정도의 위기는 쉽게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우리에게는 위기극복 인자가 있다고 한다. 솔로몬의 지혜와 용기, 그리고 소의 우직한 인내를 가지고 현실에 최선을 다해 또 하나의 신화를 창조하는 2009년을 만들어 보자.

/김광식 인천상공회의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