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연말과 새해를 맞아 <벼랑위의 포뇨>를 시작으로 애니메이션 여러편이 영화관 문을 두드리고 있다.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와 같은 거대 영화도 극장가를 달구고 있다. 여기에 우리 영화 <쌍화점>이 마지막 한 방을 노리고 있고 <오펄드림>은 잔잔한 감동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한 해 마지막은 쓸쓸하지 않다. 많은 영화들이 있으니까!


# 어른들도 재미있다, 애니메이션




▲볼트 (감독 크리스 윌리엄스, 바이런 하워드)
슈퍼 영웅 개가 나타났다. 자신이 원하는 일이면 무엇이든 헤치우는 드라마 주인공 '볼트'. 이번에도 영웅처럼 친구를 구하러 나선다.
볼트는 어릴 적 드라마 주연으로 뽑혀 아역배우 '페니'와 같이 수 많은 드라마를 찍어왔다. 그래서인지 그가 겪는 모든 일을 현실로 받아들인다. 어느날 평소와 달리 페니를 구하지 못하는 결말로 드라마가 끝나자 페니를 구하겠다며 드라마 촬영장을 탈출한다. 먼길을 가던 중 냉소적인 암코양이 '미튼스'와 볼트가 진짜 영웅이라고 믿는 햄스터 '라이노'를 만나고 그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볼트는 자신이 그저 평범한 강아지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아간다.




▲벼랑 위의 포뇨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돌아가고 있는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가 오래간만에 내놓은 애니메이션. 호기심이 가득한 물고기 소녀 '브륀힐트'가 작은 바닷가 마을에 사는 '소스케'를 만나면서 인간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동화같은 그림에 담아 잔잔하게 이야기 한다. 손그림이 따뜻하다.
바닷가로 놀러나갔다가 우연히 빨갛고 포동포동한 사람 얼굴을 한 물고기를 발견한 소스케는 그에게 '포뇨'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사람 얼굴을 가진 물고기가 뭍으로 올라오면 해일이 덮친다는 전설처럼 포뇨를 따라 바다가 육지를 잡아 먹는다. 경쾌하게 해일이 불어닥치는 모습이 화면 위에 넘실거린다. 그 덕분에 사람들이 더럽혔던 바다는 금세 깨끗해지고 인간이 살지 않았던 시절로 돌아가 데본기 물고기들이 한가로이 수영하는 곳으로 변한다.


# 영화관이 아니면 재미없지~




▲지구가 멈추는 날 (감독 스콧 데릭슨)
외계 생물체 '클라투'는 인간을 없애려 왔다. 죽어가는 지구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인간이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구가 없으면 인간이 죽지만 인간이 없으면 지구가 산다"고 경고한다. 이들의 계획은 지구 위를 싹 쓸어버려 처음으로 되돌리는 일이다. 인간은 악한 존재이기에 지구를 지킬 의지가 없다고 말한다.
이 외계 생물체와 함께 커다랗고 둥근 물체가 지구로 내려오고 미국 뉴욕 센트럴 파크를 시작으로 중국 만리장성에, 사막 가운데에, 호수 바닥에 크고 작은 구형 물체가 떨어진다. 이들은 마치 노아의 방주와 같다. 지구 생명체를 한 쌍 씩, 한 종류씩 담는다. 물론 인간은 제외다.
외계인들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을 때 클라투는 생물학자 헬렌 가족을 만난다.
이야기 구조는 간단하지만 볼거리를 찾는다면 아깝지 않다.




▲쌍화점 (감독 유하)
고려 왕의 친위 부대 건룡위는 무예에 능해 일찍 궁궐에 들어가 어릴적부터 그곳에서 자란 이들이다. 건룡위 수장 '홍림'은 막 궁궐 생활을 시작할 무렵부터 '공민왕'이 될 세자의 총애를 받는다.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같이 보낸 공민왕의 홍림을 향한 감정은 단순히 부하로서 신임을 넘어 사랑으로 자리잡고 홍림은 왕에 대한 충심인지 사랑인지 모르는 감정으로 왕을 보호한다.
둘의 관계는 원나라에 조공을 바치는 변방국에 불과했던 고려의 정치적 상황과 얽히면서 믿음은 불신이 되고 사랑은 증오로 변한다.




▲트와일라잇 (감독 캐서린 하드윅)
지난 2005년 1부가 나온 것을 시작으로 올해 4부까지 발간된 판타지 소설 <트와일라잇>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을 이야기 한다.
에드워드는 창백한 얼굴에 붉은 입술, 짙은 눈동자로 사람을 매료시킨다. 그를 사랑하게 된 벨라는 에드워드의 수려한 외모 뒤에 감춰진 비밀을 알게 된다. 그의 나이는 108살이고 인간과 같이 살기 위해 인간 피가 아닌 동물을 먹으며 살아온 뱀파이어라는 것.
벨라는 이 모든 사실을 알고도 에드워드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그에게 빠져든다. 에드워드 역시 벨라를 거부하지 않는다. 하지만 에드워드 가문과 달리 여전히 뱀파이어의 속성을 버리지 못한 종족이 둘을 추격하기 시작한다.



 
 
# 잔잔한 재미가 그립다면


▲오펄드림 (감독 피터 카타네오)
오팔 광산에서 일하는 아빠와 엄마, 오빠 애슈몰과 함께 하는 켈리엔은 '포비'와 '딩언'이라는 상상 속의 친구들이 같이 산다고 믿는 순수한 아이다. 켈리엔은 마을 사람들에게 포비와 딩언 이야기를 하지만 그를 아는 이들이 있을리 없다. 켈리엔을 보는 애슈몰은 동생이 창피하기만하다. 있지도 않은 친구들과 말을 하는 모습을 보면 가관이다.
어느날 켈리엔은 상상 속의 친구들이 사라졌다며 앓아 눕는다. 동생도 포비, 딩언과 함께 없어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애슈몰은 걱정이 앞서고 동네 사람들은 켈리엔이 다시 기운을 차릴 수 있도록 거짓말을 꾸미기 시작한다.
벤 라이스의 소설 <포비와 딩언>을 영화 <폴몬티>를 만든 피터 카타네오 감독이 동화같은 영화로 만들어냈다.


▲러브 인 클라우즈 (감독 존 듀이건)
영국 캠브리지 대학을 다니는 가이와 길다는 우연한 기회로 서로를 알게 된다. 조심스러운 가이와 자유분방한 길다는 너무 다른 서로의 모습에 호감을 느끼고 가까워진다. 하지만 오래 가지 않아 둘은 미련만 남긴 채 서로를 떠나게 되고 3년 뒤 파리에서 재회한다.
파리에서 만난 길다는 모델 미아와 한 집에 살고 있다. 가이는 두 여인과 같이 지내게 되고 셋은 우정인지 사랑인지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
1930년 대 말 파시즘이 극으로 치닫던 그 때,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던 셋은 각자 길을 가기로 결정해야 하는 순간을 맞는다. 길다는 파리에 남기로 하고 가이와 미아는 스페인으로 떠난다. 2차 대전이 한창인 1944년 옛 연인들은 다른 모습으로 서로를 마주한다.


▲과속 스캔들 (감독 강형철)
입소문을 타고 올해 최대 흥행 수익 작품을 향한 행진을 하고 있는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을 전한다. 신인 배우 박보영을 발견한 작품이다.
남현수는 아이돌 스타 출신이다. 한 때 10대 소녀들에게 영원한 오빠였던 그는 서른 중반이 다 된 나이에도 여전히 잘나가는 배우다. 그가 DJ를 맡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청취율 1위다. 그의 라디오 프로그램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사연을 보내는 애청자가 한 명있다. 그 이름 황정남. 정남은 팬이라며 느닷없이 현수에게 찾아오고 자신이 그가 과속해서 나은 딸이라며 우기기 시작한다. 현수는 말도 안된다고 잡아떼지만 정남은 집이면 집, 방송국이면 방송국 어디든 쫓아다니며 그를 괴롭힌다.

/소유리기자 blog.itimes.co.kr/rainw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