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에 약 1시간정도 솔로의 왕궁을 본 다음 동쪽으로 이동하여 브로모 산(해발2392m) 근처의 산장까지 가려고 한다. 오늘도 이동거리는 매우 길다. 어제 밤 묵은 솔로의 현재 정식명칭은 수라카르타(Surakarta)이나 지금도 일반적으로 솔로로 불리고 있다. 솔로는 '솔로 강'의 중류에 있다. 자카르타, 족자카르타, 수라카르타에 공통되는 카르타(Karta)는 도시라는 뜻의 '자와' 말이다.


2008년 8월 04일 (월, 제9일)


솔로는『애수의 인도네시아 가요』'붕가완 솔로'(Bengawan Solo)의 작사, 작곡가인 구상 마르트하르도노(Gesang Martohartono)씨의 고향이기도 하다. 인기가요 '붕가완 솔로'는 '로 강'이란 뜻이다. 이 노래는 발표 후부터 오늘날까지 인도네시아의 국민가요로 애창되고 있다. 또한 이 노래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자와 섬에 진주한 일본군 병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구산 마르트하르도노'씨는 여러 번 위문공연단의 가수로 활약하고 전후에 다섯 번이나 일본을 방문했다. 그러나 1992년, 수하르토 대통령으로부터 문화훈장을 수여받았다. 우리나라 같으면 친일파로 매도되었을 것이다.

솔로는 18세기 이후에 번영한 이슬람왕국의 궁중 문화가 꽃핀 도시로 알려지고 있다. 먼저 망꾸누가란 왕궁으로 갔다. 1757년, 초대 왕 망꾸누스고로 왕이 네덜란드 식민지 정부의 도움을 얻어 건설한 개방적인 자와 건축양식의 왕궁이다. 이 왕궁에는 지금도 망꾸누가란 왕가의 후예가 살고 있다고 한다. 자기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원수의 지원을 받아 왕궁을 짓다니 한심한 왕이다. 그런 돈은 백성이 잘 살게 써야지...

까수나난 왕궁으로 갔다. 코로니얼 양식의 아름다운 왕궁으로 수라까르따 왕궁이라고도 불리고 있으며 솔로의 상징이다. 남북에 넓은 2개의 광장이 있는 전형적인 '자와 왕궁형식'으로 지어지고 있다. 1745년, 빠구부워노 2세가 '까르또스로'에서 이곳으로 환도했을 때 지은 왕궁이며, 그 때 지명도 솔로에서 수라카르타로 바뀌었다.
18세기후반, 솔로 서부의 '까르또스로'에 있는 마다람 왕조가 전란에 휩싸여 왕위계승에 얽힌 내분으로 갈라져, 이 땅에 두 개의 왕조가 생겼다. 이것이 지금 우리들이 보고 있는 같은 곳의 두 왕궁, 까수나난과 망꾸누가란이다. 두 왕궁은 1Km밖에 안 되는 가까운 곳에 있다.

오늘은 갈 길이 멀어 서둘러 오전 9시에 솔로를 떠났다. 자와 섬의 중앙을 동서로 길게 화산대가 지나고 있어 우리들이 지나가는 길의 오른쪽에 화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1시간 30분 후 라우 산(Lawu, 3265m )이 보이더니 가위(Ngawi)를 지나갔다. 오늘 낮에는 고도가 낮은(해발20~50m) 평지의 포장된 왕복2차선도이기에 안전하기는 하나 앞에 느린 차들이 많아 빨리 달릴 수 없다. 가끔 운이 좋으면 추월도 하곤 했다.

차르반(Chruban)에 도착해서 점심식사를 했는데, 아직 7시간이상 더 가야한다고 한다. 길 양쪽은 전형적인 자와 섬의 농촌풍경이 펼쳐진다. 인도의 동쪽에서 동남아시아, 중국남부, 우리나라, 일본을 북쪽한계(北限)로 하는 몬순지역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벼농사문화권이다.

자와 섬의 농촌에서는 논을 갈던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광경을 자주 본다. 지금은 보기 어려워진 우리나라 농촌의 옛날풍경이다. 우리나라의 농가에서는 헛간구석에 버려두었거나 또는 농업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수동식 탈곡기가 인도네시아에서는 지금도 활약하고 있다.

차르반에서 간죽(Nganjuk)으로 가는 길 오른쪽에 윌리스 산(Wilis, 2563m)이 보인다. 간죽을 지나 오후 4시경 좀방(Jombang, 32.5℃)을 지나고 있는데, 아직 5시간이상 더 가야한다고 하니 걱정이다. 적도 아래의 기온도 점점 내려가고 있다.

오후 6시 20분, 해는 저물어 가는데 산길에 들어서고 고도가 높아지기 시작한다. 오후 6시 40분, 우리 버스가 더 이상 갈 수 없는 '뿌로볼링고 마을'(해발800m)까지 왔다. 이곳부터는 길이 좁아 큰 버스는 갈 수 없어 2대의 마이크로버스에 나누어 타고, 우리들의 짐은 다른 차가 가져오기로 했다. 화산재가 쌓인 어둡고 좁은 산길을 마이크로버스는 잘 달려 올라간다. 우리 모두 숨을 죽이고 심하게 흔들리는 몸을 간신히 지탱하고 있다.

드디어 50분만인 오후 7시 30분, 브로모 산 근처 '체모로 라왕'( Cemoro Rawang) 마을의 산장, Lava View Lodge(해발2150m, 16℃)에 도착했다. 솔로의 호텔을 떠나고 11시간 25분만이다.

 
인도의 과일

듀리안이 과일의 왕이라고 하면 망고스틴은 과일의 여왕이다. 망고스틴은 영어이며 인도네시아어로는 망기스(mangis)라고 한다. 망고스틴은 인도가 원산지이며 크기는 작으며 검고 자색의1cm정도 두꺼운 껍질 속에 하얀 열매가 들어있다. 큰 망고스틴 나무는 40m~50m나 되는 것도 있으나 보통10m~20m이다. 맛은 약간 신맛이 나며 담백하다. 먹을 수 있는 부분은 1/3정도밖에 안 된다. 냄새는 매우 진하나 풍윤한 냄새로 듀리안과 같은 악취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