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작 프리뷰 - 벼랑 위의 포뇨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이 4년만에 겨울 문을 두드린다.

이번에는 바닷가 마을로 붓을 가져갔다. 배가 드나들고 물이 불어날 때를 대비해 집집마다 작은 배를 가지고 있는 마을이다. 바닷속 신비한 풍경과 함께 영화는 시작된다.

'브륀힐트'라 불리는 작은 인어는 호기심이 많다. 해파리를 타고 바다 위로 올라가 세상을 만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벼랑 위 집에 살고 있는 '소스케'를 만난다. 우연히 빨갛고 포동포동한 인어를 발견한 소스케는 그에게 '포뇨'라고 이름 붙여준다. 그리고 "내가 널 지켜줄께"라며 어른스럽게 말한다.

사람 얼굴을 가진 물고기가 뭍으로 올라오면 해일이 덮친다는 전설처럼 포뇨를 따라 바다가 육지를 잡아 먹는다. 경쾌하게 해일이 불어닥치는 모습이 화면 위에 넘실거린다. 그 덕분에 사람들이 더럽혔던 바다는 금세 깨끗해지고 인간이 살지 않았던 시절로 돌아가 데본기 물고기들이 한가로이 수영하는 곳으로 변한다.

사람이 되려는 포뇨는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인어공주>에서 모티브를 따왔지만 인어공주와는 다르다. 동화 속 인어공주는 수동적이고 나약하지만 포뇨는 적극적이고 강하다. 물론 왕자의 사랑이 없으면 물거품으로 변한다는 동화 속 저주가 <벼랑 위…>에서도 등장한다.

애니메이션 곳곳에는 노장의 냄새가 묻어있다.

포뇨가 살고 있는 바닷속 집은 영롱한 색들로 가득 찬 아라비아 궁전 속 같은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본 듯하고 포뇨가 인간이 되는 과정 속에서 펼쳐지는 신비하면서도 역동적인 장면은 그의 다른 작품 <원령공주> 클라이맥스와 닮아있다. 또 포뇨의 아빠로 나오는 '후지모토'는 그 광기어린 행동이 <하울의 움직이는 성> 속 '하울'의 또 다른 모습처럼 보인다.

고무공을 만질 때 탱탱한 느낌을 말하는 일본식 감탄사를 이름으로 한 '포뇨'는 그 앙증맞은 생김새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웃집 토토로>에 나왔던 토토로 못지 않다.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만화를 그대로 느끼기엔 머리가 커버린걸까. 영화를 보고 나오는 어른들은 '5살짜리 소스케와 포뇨가 사랑을 어떻게 알아'라며 한 마디씩 한다.

잠시 순수했던 시절로 돌아가보자. 전체 관람가. 18일 개봉.

/소유리기자 (블로그)rainw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