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디 개혁' 정치 혼란 최소화'
민주·사유화'는 풀어야 할 숙제
중국인을 표현하는 말 중에 '천천히' 뜻을 가진 만만디라는 말이 있다. 물론 그들의 생활 습관에서 유래돼 우리에게 알려진 말이지만 이 말은 30여년이라는 개혁·개방의 시기 중국이 실행해 왔던 시장 경제 과정을 표현하는 데도 적합한 말이기도 하다. 1980년대를 전후로 중국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들이 저마다 개혁을 외쳐댔지만 결과는 시간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중국의 것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국은 러시아를 비롯한 동구권 국가들보다 훨씬 안정되고 지속적인 고도성장을 이룩하며 오늘날 세계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사회주의 국가의 개방화 정책에 교과서로 불리면서까지 높이 평가받고 있는 중국식 개혁·개방의 우위와 한계는 무엇인가?

만만디의 승리
1970~1980년대 들어와 중국은 물론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 여러 국가들은 이전까지 자신들이 실행한 계획 경제 시스템이 현실적 어려움에 부딪히게 되었음을 체감하게 된다. 경제 불황과 곳곳에서 발생하는 공산주의 연맹국가들 사이에 불협화음은 결국 대부분의 사회주의 국가들이 저마다 자본주의를 향한 제도 개혁을 불러오게 되고 특히 공산권 국가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소련과 중국의 경우 급격한 세계 정치 변화 속에서 소련은 이른바 빅뱅식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급격한 개혁·정책을, 중국은 점진적 개혁을 실행하며 서로 다른 개방의 속도를 설정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개방의 속도차라고 하기보다는 개방에 따른 영향을 경제·정치 등 다분야에 극대화 하느냐 아니면 점진적으로 위험을 줄여 가느냐의 차이라고 하는 것이 더 구체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사회주의 국가의 시장 경제 체제로의 급진적 개혁과 점진적 개혁의 승자는 중국이 선택한 점진적 개혁에 손을 들어 줬다. 이는 결과적으로 체제 전환에 따른 정치 민주화, 기업의 민영화 신·구 제도의 마찰을 전면적으로 한꺼번에 실시해 사회적 혼란을 초래한 빅뱅식 개혁의 실패이며 중국의 경우 이를 최소화 해 상대적 안정을 이룩한 만만디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점진적 개혁의 한계
하지만 이런 점진적 개혁에는 그 성공만큼 가볍지 않는 한계가 내재해 있다. 이는 경제 체제의 변화와는 다르게 정치·사회 등의 분야에서는 그에 준하는 민주화·사유화를 동반하지 않는 것에 따른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개방 이후 중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국유기업의 소유권 개혁의 경우 주식화와 민영화 과정에서의 공산당과 관련한 비리·부패사건 등이 끊임 없이 발생하고 있고 대형 국유 기업의 개혁은 아직도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는 오늘날 중국의 현실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는 점진적 개혁의 길을 걷고 있는 중국으로써는 앞으로도 결코 녹록치 않은 길고 긴 여정을 걸어야만 하는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 개혁의 절대적인 숙명이라고 할 수 있다.

/글= 박정동 소장·박재정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