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진·홍수인 여성 기장 1호
여학생 이메일 수십통 받는 유명스타 "인천공항 최신 시스템 세계서도 으뜸"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 붙어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다음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조종사로 남고 싶습니다."

인천국제공항에 국내 항공 역사상 최초로 여성 기장이 등장했다. 대한항공 소속 신수진(39·사진 오른쪽), 홍수인(36·왼쪽) 기장이 그 주인공이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서 세계 경제 불황의 희망으로 등장한 것처럼 조종사 업계에 '최초의 여성 기장'으로 등장한 이들도 경제 불황으로 싸늘해진 한국민들의 마음에 희망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14일 오후 인천일보 기자와 만난 두 여성 기장은 비행 스케줄 중 틈을 내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신 기장은 "이제는 동네 아줌마들도 알아 볼 지경이어서 함부로 밖으로 나다니질 못하겠다"며 언론의 '무서움'을 실감했다고 한다. 홍 기장도 "언론에 나고 나니 수많은 중·고 여학생들에게서 이메일이 온다"며 대중들의 관심에 따른 부담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화려하게만 비춰지는 직업을 갖고 있는 두 기장은 "솔직히 남에게 권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며 직업적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비좁고 건조한데다 자외선이 가득찬 조종석에서 장시간 근무해야 하는가 하면 불규칙한 식사 등으로 '피부 미용'에 최악의 근무 조건에다가 사소한 실수가 대형 인명 사고로 연결되는 만큼 늘 부담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 달의 대부분을 해외 출장을 다녀야 되는 터라 가족·친구 관계도 멀어지기 쉽다. 하지만 정밀 시스템을 갖춘 최첨단 항공기를 조종한다는 자부심, 수 백명의 목숨을 책임지고 안전한 항공 여행을 보장한다는 사명감, 그리고 여성으로서 후배들에게 귀감을 보여야 한다는 선구자적 의무감은 두 기장을 '조종사 중의 조종사'인 대형 여객기 기장으로 이끌었다고 한다.

인천공항에 대해 평가해 달라고 묻는 질문에 두 기장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공항"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 기장은 "조종사들이 가장 신경 쓰는게 활주로에 내린 후 주기장까지 길을 찾아가는 것"이라며 "인천공항은 주기장 안내 시스템이 최신형인데다 아주 편리해 외국 조종사들도 엄지손가락을 들며 칭찬한다"고 말했다.

홍 기장도 "유럽의 세계 유명 공항들도 시설이 낡고 불편한데 비해 인천공항은 자랑할 만 하다"며 "세계 어디에다 내놔도 손색이 없는 시설과 시스템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칭찬했다. 두 기장의 20년 후는 어떨까? 두 사람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조종사로 남고 싶다"고 한다.

신 기장은 "일단 앞으로 1년 간은 아무 생각 없이 안전한 비행에 전념할 것"이라며 "최초의 여성 기장으로서 다른 이들에게 자극제가 되고 조종사라는 길에 접어 들 수 있도록 모델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 기장도 "거창한 꿈은 없지만 일이나 인생에 있어서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얘기를 듣고 싶다"며 "안전한 비행은 물론이고 인생과 내 스스로를 가꾸며 사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봉수기자 (블로그)ins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