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의 미추홀
지난 20세기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끼쳤던 명품들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각기 꼽아보라면 사람마다 제 환경에 따라 그 종류나 우선 순위가 각양각색일 터이다. 나이, 인종, 성별에 따라서도 큰 차이가 있을 성싶다.

그 중 블루진은 좀 색다르다. 187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회사가 특허를 낸 이후 골드 러시 당시 노동자의 복장으로 정착한 30년대의 1차 붐과 반전파들의 유니폼으로 부상한 60년대의 2차 붐에 날개를 달았다.

물론 서부 영화에 나오는 카우보이 스타일이 블루진 패션의 유행에 박차를 가했다고는 하지만 값싸고 옷감이 질긴 실용성과 바지에 칼날 같은 줄을 세워 행세했던 기성 질서에 대한 세기적 반항도 한몫을 한 것 같다.

식문화도 20세기는 과거와 달랐다. 우리나라에서는 기피의 대상이 돼 버렸지만 인스턴트는 균질한 음식을 저렴한 비용으로 단시간에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종과 빈부를 넘어서는 인류의 '평등식'이었다. 그 밖에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위스 네슬레 사의 인스턴트 커피, 전후 일본 명성식품이 내 놓아 히트 친 라면, 미국적 간편식의 대명사인 맥도널 햄버거 등은 모두 기존 양식을 거부한 20세기의 명품들이었다.

자전거도 그 범주에 든다. 큰 돈 안 들이고 제 갈 길을 정해 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자전거는 자아 회귀의 철학적 도구 혹은 사회 소통의 친화적 매체로서 각광을 받고 있는 중인데 최근 천만 원도 넘는 '명품 자전거'들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잘못된 '명품 바람'에 씽씽 달리던 자전거가 쓰러질까 걱정이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