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O 칼럼 ▧
입동도 지났으니 절기 상 자연의 식물체들은 성장을 멈추고 혹독한 겨울을 채비하며 자기 몸을 움츠리는 계절이 온 것이다. 얼어 죽지 않기 위하여 가급적 자신의 수분을 최대한 뱉어 봄, 여름 풍성히도 가꾸었던 자신의 나뭇잎들을 떨구고 가지와 줄기에서도 물기를 빼 내어 자신을 슬림화시키는 것이다. 나름대로 나무들의 자구적 구조조정인 셈이다.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경제적 여건이 꼭 지금의 계절과 흡사하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세계 모든 국가의 경제를 마비시켜 어느 나라도 지금의 위기 상황에서 벗어난 국가는 없다. 현 금융위기는 들판에 내린 서리와도 같아 앞으로 다가올 혹독한 겨울을 이미 예견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이슬란드와 파키스탄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하고 몇몇 동구권 국가와 남미의 국가들도 국제통화기금에 구제 요청을 하는 중이란 기사를 읽을 때마다 점점 엄습해 오는 지난 날의 아픈 추억이 나를 몸서리 치게 만든다.

11년 전인 1997년 가을, 나라의 재정을 책임지던 장관이 국제통화기금에 구제 신청을 하였노라는 발표를 할 때만 해도 나는 그 뒤에 일어나는 어떠한 현상들을 미리 감지하거나 미리 대처하는데 익숙하지 못하였다. 발표 후 일어난 은행발 구조조정과 대량의 해직 사태, 실물경제의 급랭과 대기업,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일어났던 회사 부도 등의 줄도산은 그 당시의 중산층을 무너트리고 얼마나 많은 시름과 고통을 우리에게 안겨 주었던가. 다시는 생각해보고 싶지 않은 우리의 지난날인 것이다.

또 한번의 금융위기가 지금 진행 중이다.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로 급한 불과 불안감은 조금은 가셔진 듯하나 그렇다고 모든 것이 모두 해결된 듯하지 않기 때문이다. IMF때는 우리만 위기였고 다른 나라들은 무관하였으니 우리만 잘하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나라의 사정 또한 자기 코가 석자이니 문제가 달라진 것이다, 그러니 G7이 아닌 G20인 나라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지 않은가.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장의 입장으로 나름대로 무척이나 답답함을 안느낄 수 없다. 11년 전엔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시장이 급팽창하던 중국시장을 노크한 적이 있다. 그리곤 나름대로의 성과도 얻어내기도 하였다. 환율이 엄청 올라있었으니 수출만 잘하면 오히려 어려울 때 큰 돈도 벌 수 있는 상황이였던 것이다. 그게 화근이 되어 외상 수출을 감내하고 밀어내기 수출한 것이 궁극적으로 더욱 상황을 악화시켰던 좋지 못한 기억도 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실물경제의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 20-30년 고속성장이 보장될 것 같던 중국도 성장률이 무너져 내리고 가격경쟁력에서 위안화의 상승으로 인해 급격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다. 소비 위주의 미국시장 역시 침체될 것은 뻔한 일이다. 이 금융위기 상황에서 오직 통화가치의 상승으로 구매력이 오른 나라는 일본 밖에 없어 보인다. 일본의 수출경쟁력은 당연히 떨어졌지만 그만큼의 구매력은 높아진 것이다.

일본과 부품 소재 측면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우리의 업체들은 이 절호의 기회를 잘 이용해야 할 것이다. 환율에 의해 가격경쟁력을 가진 만큼 품질을 높여 그들과 맞부딪쳐 나갈 일이다. 즉 위기가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본시장이 어렵다고 부딪쳐 보지 않았던 우리의 중소기업체는 이 기회를 잘 이용하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같은 수출 유관기관들도 일본시장 개척에 포커스를 맞출 필요가 있다. 그러니 내년도 시장개척단의 편성은 일본과 중동 머니에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시기, 혹독한 위기와 도전의 기회가 우리 앞에 놓여져 있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각 회사의 몫이지만, 회사도 슬림화해야 하고 또한 도전도 해봄직하다. 정부도 이 기회에 부품소재산업을 적극 지원하여 일본과 당당히 견줄 수 있는 기업의 탄생을 독려해 줄 시기라고 본다.
 
/심응문 (주)멜텍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