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가을철이 깊어가고 있는 계절의 경주박물관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인파로 북적거렸다. 1960년대 초 경주를 처음 찾았을 때 옛 경주군청 자리의 객사(客舍)와 동헌(東軒)의 순 한국식 건물에 초라하게 자리 잡고 있던 박물관에 비하면 오늘의 경주박물관은 규모나 전시 내용이 괄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

특히 이번 경주박물관에서 이달 30일까지 열리고 있는 '新羅, 西아시아를 만나다'라는 특별전시회는 예부터 우리 문화에 영향을 끼친 타국의 문화를 스스로 인정하면서 우리 스스로가 문화 쇄국주의적 안목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뜻 깊은 전시회였다.

전시회를 준비한 국립 경주박물관은 '신라 천년은 끊임없는 창신(創新)의 역사였다. 그 원동력은 내부에서 비롯되었지만 외부로부터의 문화적 자극도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전제하면서 '신라는 한반도 동남쪽에 자리하였으나 고립된 나라가 아니었고 끊임없이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문화를 밖으로 내보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신라시대의 문화 교류를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에 국한시켜온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중동이나 중아아시아 국가들의 박물관에 가보면 그들의 문화 교류가 한반도 끝머리에 있는 신라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표시하고 있었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고대 서아시아의 황금 및 유리 공예품들은 서아시아가 아닌 일본 박물관에서 대여해 온 아쉬움이 있지만 찬란했던 신라 문화에 서아시아가 크게 기여했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가 인정하고 있다는데 큰 의미가 있어 보였다.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우리 문화가 일본에 전달된 것을 지나치게 내세우는 풍조 또한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