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죽음도 비켜서는 길, 옥석지로(玉石之路)
인간은 죽음을 예견할 수 없다. 그것은 신의 영역이라 불려진다. 자신의 죽음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인간의 역사는 퇴보했을지도 모른다. '죽음'이란 시간에 얽매여 모든 것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은 항상 가까이 있으나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다고 여긴다. 양지인 삶에서 음지인 죽음을 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삶을 살기에도 숨 가쁜데 어찌 죽음을 곁눈질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죽음의 순간을 알지 못하기에 인간의 활동은 용감하다. 그리고 용감함은 인류문명 창조의 원동력이 된다. 도전과 창조. 이는 곧 삶만을 영위코자하는 인간이 만든 최고의 힘이자, 이 지구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무기다. 한편, 인간은 죽음을 앞두고도 용감하다. 죽음에 이르는 길임에도 그 길을 간다. 무슨 까닭인가. 그곳에 죽음보다 더 한 무엇이 있기에 죽음을 마다 않고 가는가.



사막의 모래언덕은 쉼 없이 이어지고 가도 가도 끝없는 길은 현기증마저 몽롱하다. 들어가면 살아나올 수 없는 죽음의 땅, 타클라마칸사막은 조용한 듯 고요히 만물을 탈진시키고 있다. 쿠차 사태로 인해 사막1공로가 봉쇄되어 탐사단은 아쿠스에서 사막2공로를 이용해 호탄(和田)으로 향한다. 천산의 모든 바람이 겁 없이 질주하고 회오리바람은 쉴 새 없이 우리를 따라온다. 길 양편으로는 날리는 모래를 막기 위해 만든 격자형 갈대밭이 줄지었건만 모래는 길 위에서 요동친다. 하늘은 온통 노랗고 태양은 그 속에서 강렬하다. 카라부란(검은 모래폭풍)이 없는 계절도 이러하매 이를 겪은 수천 년의 대상(隊商)들은 어떠했을까.

카라부란이여, 아! 공포의 검은 폭풍이여
내 고향을 빼앗고 내 고향을 파묻고
내 사랑하는 처자식 뿔뿔이 흩어지게 했던
아! 카라부란이여,
네 검은 마수에 온 세상이 사막이 됐구나.
언제 다시 볼 수 있으랴,
아름다운 내 고향.

사막은 분명 죽음의 땅이다. 한반도의 1.5배인 타클라마칸은 더욱 그렇다. 무수한 백골들은 카라부란의 흔적이기도 하다. 그러함에도 인간은 길을 냈다. 죽음을 마다 않고 길을 뚫었다. 그 이유는 바로 옥(玉) 때문이다. 고래(古來)로부터 옥은 귀한 보물이었다. 그때부터도 옥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고 죽음의 땅을 넘는 '옥의 길(玉石之路)'이 생겼다. 비단길이 생기기 오래 전의 일이다. 왜 옥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는가. 공자가 답을 내렸다.
옥은 다섯 가지 덕을 갖춘 돌 중의 보물이다. 그 온화한 광채는 인성의 상징이고, 티끌 하나 없는 깨끗함은 도덕적 순수함의 상징이며, 낭랑한 울림은 지혜의 상징이고, 견고함은 정의의 상징이며, 내구성은 인내와 용기의 상징이다.

곤륜산맥의 만년설 녹은 물과 함께 굴러 내린 바위가 호탄에 이르러 강변에 쌓이면 그 사이에 옥이 있다. 천연의 신비와 변함없는 색채로 옥은 만인의 보배가 되고, 이는 죽음의 땅을 넘어 옥문관을 통해 장안(長安)으로 왔다. 그리고 바다 건너 경주까지 왔다.
옥을 구하는 과정에서 죽음도 상품이 된다. 죽음의 땅을 넘나드는 위험수당이 그들을 설레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죽음도 두렵지 않다. 아니 그리운 옥을 찾아 죽음을 넘어 간다.
옥돌사이로 많은 재물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호탄의 옥을 가지고 옥문관을 들어간 자들은 자신들의 길을 '옥의 길'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비단을 가지고 서역으로 갔다. 서역사람들은 그들의 길을 '비단길'이라고 불렀다. 옥의 길과 비단길을 왕래한 이들은 죽음의 위험을 내세워 폭리를 취했다. 두려워서 아무도 하지 못하는 일에 대한 당연한 보상인 것이다.

인간의 욕심은 죽음도 불사한다. 유한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 지닌 숙명적인 행위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움도 창조된다. 죽음을 뛰어 넘는 도전과 성취는 인류 역사상 훌륭한 욕심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떠한 욕심에 사로잡혀 일생을 사는가. 보다 원대하고 역사발전에 필요한 욕심을 가지면 어떠한가. 옥의 길에 서니 옥은 기다린 듯 수천 년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남의 욕심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만인을 위한, 역사에 떳떳한 삶이 되고자 오늘도 절차탁마(切磋琢磨)하는 것이 어떠한가. <인천일보 실크로드 특별취재팀>

호탄을 가로지르는 하천 주변에는 값비싼 옥을 찾는 사람들로 붐빈다.
중국에서 옥으로 가장 유명한 호탄. 시내 어디서나 옥을 거래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수 있다. 모두 손에 옥을 하나씩 들고 있을 정도다.
호탄시장에서 옥을 거래하는 사람들 모습.
● '옥의 나라' 호탄과 타클라마칸 사막

오아시스 도시 호탄은 곤륜산맥 북쪽 타림분지에 있으며, 우전(于?)이라 불렀다. 천산남로 남쪽에 위치하는 호탄은 백옥하(白玉河)와 흑옥하(黑玉河)가 흐르는데, 중국인이 귀하게 여기는 연옥(軟玉)의 산지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연옥은 기원전 16세기인 중국의 은나라 때부터 사용했을 정도로 중국과의 교류가 깊다. 옥은 고귀한 사람의 인품과 덕망에 비유되는데 정직, 예의, 충직, 신뢰의 대명사로 사용되었고 천지의 조화인 음악과 연결되기도 했다. 또한 왕(王)만이 가질 수 있는 귀한 물건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지금도 호탄에 가면 강가에서 옥을 캐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으며, 강 옆에는 옥을 판매하는 시장이 서고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살아서는 나올 수 없는 땅'이란 뜻의 타클라마칸사막은 곤륜산맥과 파미르고원 사이에 있으며, 길이는 1,000㎞ 폭은 500㎞ 면적은 37만㎢이다.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가로지르는 실크로드의 중요한 요충지이다. 사막 주위에 산재한 오아시스 도시를 지배하는 것은 실크로드의 지배권을 차지하는 것과 같았는데, 이로 인해 니야, 선선 등 많은 오아시스 도시들이 명멸했고 지금도 폐허인 채로 사막 속에 남아 있다. 타클라마칸을 가로지르는 사막공로(砂漠公路)는 쿠차에서 민풍으로 가는 제1공로와 아쿠스에서 호탄으로 가는 제2공로가 있다. 모두 타클라마칸사막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