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광 선생님의 여행리포트(물의 나라 인도네시아)
미니 인도네시아 공원의 선형가옥.
2008년 7월 28일 (월, 제2일)

아침 기온은 22.5℃, 좋은 날씨다. 오늘은 항공편으로 서북쪽에 있는 수마트라 섬의 메단(Medan)에 도착 후 자동차편으로 또바호수까지 가려고 한다. 그리고 배를 타고 또바호수의 가운데 있는 사모시르 섬으로 간다.
아침 일찍 떠난 우리 비행기는 1시간 만에 '메단' 상공에 도달했다. 스콜(squall) 구름이 걷히니 시야에 두터운 융단과 같은 정글이 내려다보인다. 때로는 융단의 찢어진 짬에 다갈색의 강물이 태고의 옛날부터 자연 그대로 몸부림치며 흐르고 있다. 바다와 땅의 맞닿는 해안 가까이에는 '육지·섬과 '강·수로·바다'가 서로 뒤섞여 있다.
이 물과 대지가 어울려 끝없이 펼쳐지는 웅대한 광경이야말로 따나·아이르(tanah air)의 원점일 것이다. 착륙자세에 들어간 비행기창문 밖으로 논·밭 끝에 산재하는 마을들이 섬처럼 보인다. 논은 빗물을 가득 채우고, 그 주위에 농가들만이 떠있는 것 같이 보인다. 심하게 흐린 거울을 보는 것 같은 물의 반사를 받으면서 오전 9시 40분, '메단'의 보로니아 공항에 착륙했다.

메단(Medan)은 말레이시아의 남쪽, 적도 바로 아래의 도시이며 수마트라 섬에서 가장 크며 인도네시아 제3의 도시이다. 19세기에 네덜란드인이 상륙했을 때는 작은 마을에 지나지 않았으나 담배재배를 시작하면서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도시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1886년에는 북수마트라 주(州)의 주도가 되고 주변의 풍부한 자원(석유, 고무, 담배, 팜유, 커피)의 집산지로 발전했다. '메단'은 네덜란드 통치시대의 코로니얼 스타일 건축물이 많고 거리는 정연하다. 이곳은 중동의 원유를 우리나라에 수송하는 대동맥항로인 믈라카 해협(Melaka str.)과 접하고 있어 매우 중요한 곳이다.

먼저 시내에 있는 마이문 왕궁(Maimoon Palace)으로 갔다. 19세기에 이 지역을 통치했던 '데리 왕족'의 '아문 알 아지드' 왕(술탄)이 1888년에 건립한 궁전이다. 지금도 4대 술탄일족과 집사를 포함하여 약 70명이 살고 있으나, 술탄은 자카르타에 살면서 때때로 이 궁전을 찾아온다고 한다. 건물의 외관은 흰 벽과 왕조를 상징하는 황색의 둘레장식으로 지어졌다. 내부도 공개되어 왕좌, 침구 등 술탄이 애용한 가구, 당시의 사진 그림 등을 볼 수 있었다.

마스짓·라야(Mesjid Raya) 모스크에 갔다. 마이문 왕궁과 마찬가지로 1906년에 '데리 왕국'의 술탄이 건립하였다. 이 모스크는 메단의 중심부에 있으며 모로코 양식의 네모진 디자인은 네덜란드인 건축가가 설계하였으며 이슬람색이 강한 메단의 상징이다.

오전 11시 15분, 메단을 떠났다. 시가를 벗어나니 길가에 과일장사가 많다. 람부탄 열매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먹어보았으나 람부탄 나무는 처음 보았다. 큰 나무에 람부탄이 많이 열려있다. 메단을 떠나고 약 1시간 후 고도가 높아지면서 구곡양장의 꼬불꼬불한 길에 들어섰다, 마치 부탄의 산길을 가는 것 같다. 2시간 후부터는 이슬람모스크는 점차 적어지고 기독교교회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바탁 족(族)이 많이 살고 있는 북수마트라에는 기독교를 믿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오후 1시경 브라스따기(Brastagi) 마을(해발1500m)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다시 떠나니 왕복 2차선의 길에는 더욱 교회가 자주 나타나고 울창한 숲길 양쪽에는 가끔 포도, 커피, 양배추 등을 심은 밭도 나타나곤 한다. 해발1500m 전후의 꼬불꼬불한 산길을 계속 가고 있는데 오후 4시 15분, 갑자기 소낙비가 쏟아진다. 스콜(squall)이다. 이것이 열대우림기후의 특징인 스콜로 콩을 뿌리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갑자기 쏟아졌다. 그러나 약 15분 후에는 언제 비가 왔나 싶을 정도로 날씨는 좋아졌다.

오후 5시에 겨우 또바(Toba) 호수의 부두(해발 905m)에 도착했다. 배를 타고 약 1시간 후 사모시르(Samoir) 섬의 암바리따(Ambarita) 마을에 도착했다. 바탁(Patak)인들의 선형가옥(船形家屋)이 나란히 서있는 곳을 지나 중앙광장에 들어서니 300년 이상 전의 돌로 만들어진 회의장과 재판소가 나타났다. 이끼가 낀 돌 테이블과 돌 의자가 있다. 옛날에 왕이 중앙에 앉고 이곳에서 부족회의와 재판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암바리따 마을에서 다시 배를 타고 30분 후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뚝뚝(Tuk Tuk)의 부둣가에 있는 호텔에 도착했다. 자카르타의 호텔을 떠나고 12시간 50분만이다. 오늘은 강행군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