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청준 소설 '조만득씨' 각색 현빈·이보영 색다른 연기 눈길
행복은 주관적이다. 사람들은 그런 지 모르고 살다가 어느 순간 문득 행복을 깨닫는다. 꼬이기만 하던 인생도 언젠가 활짝 피는 날이 오고, 가끔이라도 웃음 지을 일이 생기기 마련인게 사람살이다.

영화 <나는 행복합니다>(감독:윤종찬)는 그러나 행복하지 않다. 윤종참 감독은 "지금은 불행한 두 주인공 '만수'와 '수경'도 살다보면 행복한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제목과 역설적인 삶을 사는 이들을 보여주면서 영화를 보는 이들이 자신은 그래도 행복하다고 여길 수 있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만수(현빈)는 작은 차 정비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착실하게 일하던 형이 어느 순간 도박에 빠지면서 집안이 기울기 시작한다. 형은 돈이 떨어지면 만수에게 찾아와 손을 벌리고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남편 없이 홀로 아들 둘과 지내던 어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고 "나 갖다 버리려고 그러지"라면서 만수를 괴롭힌다. 형의 횡포에 결국 가게 하나도 남지 않을 지경에 이른다.

수경(이보영)은 종합병원 정신병동 수간호사다. 암 투병 중인 아버지 때문에 직장 생활도 신용등급도 모두 엉망이다. 아버지 병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지만 수경은 지극 정성으로 아버지를 돌본다.

만수와 수경의 첫 만남은 병원에서 이뤄진다. 극으로 치달은 만수는 '백억원, 조만수'라고 갈겨 쓴 종이를 들고 돈이라면서 이상한 행동을 보이다 정신병원에 입원하며 담당 간호사 수경을 만난다.

영화는 행복이나 사랑을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언젠가'라는 가능성만 남겨놓는다. 정신병원이라는 장소는 복잡한 현실에서 잠시 비켜간 이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현빈과 이보영은 완벽한 연기는 아니지만 이전 작품과는 다른 모습을 이번 영화에서 보여주고 있다. 매번 귀공자에 모범생만 연기했던 현빈은 트레이닝 바지와 작업용 점퍼를 입고 나타난다. 머리는 언제 씻었는지 알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하다. 온갖 불행을 짊어지고 그냥 숨만 쉬고 있는 간호사를 연기한 이보영은 항상 단아했던 그의 이미지를 조금 벗겨냈다.

얼마전 세상을 뜬 고 이청준의 소설 <조만득씨>를 각색한 작품이다. 제 13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개봉일 미정.
 
/소유리기자 blog.itimes.co.kr/rainw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