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에서
지난 주 국회에서 나온 보도자료 한 편이 전국 교육계에 일파만파를 일으켰다. 그 내용은 최근 10년간 전국 고등학교별 서울대 합격자 수 현황인데, 도하 신문을 통해 인천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 전파되었다.

보도행태에 따라 학교간의 희비도 엇갈렸다. 신문사에 문의가 빗발쳤다. "우리 학교가 몇 위냐"에서부터 "우리 학교가 우수한 데 왜 보도가 안됐느냐"는 둥 서열화와 관련된 것들이 문의의 주된 내용이었다. 명문대 입학실적에 따라 학교 순위가 갈리는 세상이니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일반인의 궁금증 해소 차원에서 인천의 서열을 따져보면 그 실상은 어떨까. 연수 기준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서열에 조금 차이가 난다. 그렇지만 인천 역시 '최고'란 타이틀은 특목고 차지이다. 그리고 이 자료를 좀 더 꼼꼼히 살펴보면 인천교육계가 애써 피하고 싶은 교육문제에 이르게 된다. 바로 학력문제이다.

2008년 합격생 기준으로 전국 200위권에 들어간 곳은 9개교에 불과하다. 9개교가 보낸 학생수를 다 합쳐도 서울 소재 특목고 1개교에 미치지 못한다. 전체 합격자수를 7대 광역시와 견준다면 인천은 5위로 하위권이다. 대구와는 56% 남짓한 수준이다.

이런 보도들도 있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학생 정신건강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학생의 15.8%가 정밀검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과 경기는 상태가 더 심각해 그 비율이 20.7%, 20.8%에 달했다. 학생 10명 중 최소 2명이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셈이다.

학생 자살자수도 작년에 142명으로 2003년 대비 42%나 증가했다. 원인은 가정불화, 우울증, 성적비관 순이었다. 어른들이 서열화, 공부에 집착하는 사이 어린 학생들이 골병 들고 있음을 보여 준 자료였다. 걱정이다.

지난주 지역교육계의 또다른 관심대상은 인천여고였다. 이 학교는 26일로 개교 100년이 됐다. 지역내 고등학교로는 3번째, 전체 학교로도 10번째 '100년 역사 학교의 명예의 전당'에 오른 것이다.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이마저 마냥 기뻐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 학교도 건학(建學) 터인 중구를 등진 채 10년전 연수구로 교사(校舍)를 옮겼다. 학생 수급과 개발 여파라는 현실의 힘에 밀린 탓이다. 지역교육이 여전히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다.

정치인 한마디에 동요하고 막무가내식 개발에 밀려 부초처럼 옮겨 다녀야 하며, 그런 사이 학력저하와 학생건강은 나몰라라 하는 현실. 지역사회 전체가 곱씹어 보아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