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유럽 여행의 참맛은 기차 여행이다. 빠르고 안락한 고속 열차가 국경을 넘나들면서 유럽의 모든 도시들을 편리하게 연결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서유럽국가들이 운영하는 철도는 쾌적하지만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은 독일의 DB(독일연방철도)와 프랑스의 SNCF(프랑스국립철도)일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도입된 프랑스의 TGV는 속력 면에서 앞서지만 독일의 ICE는 객차 내부가 넓고 품위있는 식당 차가 있는 것이 장점이다. 유럽 여행을 하면서 가급적 독일의 ICE열차를 타는 것은 깨끗한 식탁보가 깔린 열차식당에서 창밖의 풍경에 포도주를 곁들여 가까운 사람과 식사를 함께 하는 즐거움 때문이다.

고속 열차에서의 식당차 운영은 항상 적자를 면치 못하지만 기차 여행의 낭만과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서 독일인다운 우직함으로 식당차를 계속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공기업 민영화를 국책과제로 계속 추진하고 있는 독일정부가 연방철도 민영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독일내 여론이 들끓고 있다. 연간 320억 유로(52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거대기업을 민영화하는데 반대하는 사람들은 철도사업이 이윤만 추구하게 되면 노선을 감축하게 되고 운임이 인상되며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고 우려한다.

그동안 루프트한자 항공사, 국책은행, 통신회사와 우체국의 민영화도 큰탈 없이 진행해왔던 독일에서 철도민영화가 반대여론에 밀리는 것은 DB만이 계속해왔던 수준 높은 서비스 때문이다. '정부는 철도 인프라(노선, 역사, 배전선 등)를 관장해야 한다'는 독일 헌법에 따라 민영화 자체가 위헌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여하튼 식당 열차만은 철도승객의 즐거움을 위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신용석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