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조선일보사의 파리특파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1978년도로 기억된다. 파리에서 발간되는 타블로이드 신문 '르·파리지앵' 사회면 기사가 아침 일찍부터 시선을 끌었다. 당시 엘리제궁의 주인이던 지스카르·데스탱 대통령이 새벽에 파리 교외에서 홀로 운전을 하고 오다가 고속도로 요금소 부근에서 접촉사고를 냈다는 내용이었다.
새벽시간에, 현직 대통령이, 스스로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냈다는 것은 뉴스가치가 있을 뿐더러 그 배후가 의심가는 기사였다. 대통령의 사고기사가 큰 사건으로 계속 확대될 것으로 직감하고 프랑스 언론인들에게 보충 취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프랑스 언론인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대통령도 사생활이 있을 수 있는데 인명피해도 없었던 접촉사고가 큰 기사가 될 수 있냐는 투였다.

혹시 은밀한 밀회를 즐기다가 새벽에 엘리제궁으로 돌아오는 길의 사고가 아니냐고 재차 물었지만 대부분 프랑스 언론인들은 "대통령직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정치인의 밀회를 언론에서 가타부타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드골 대통령 이후 역대 프랑스 대통령 중 섹스 스캔들의 구설수에 오르지 않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지스카르·데스탱은 밀회의 전문가로 또한 자크·쉬라크는 일본을 위시하여 세계 도처에 연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니콜라·사르코지 대통령은 내무장관 시절부터 부인 세실리아와의 불화설에 시달렸고 대통령이 된 다음에는 백만장자 모델 출신 부르니와 재혼했지만 대통령의 위상에는 변함이 없다. 현 프랑스 법무장관 나시다·다티 여사가 독신여성으로 임신 중이라고 세계 각국의 미디어는 소란을 떤다. 그러나 대통령의 스캔들도 이해하고 소화하는 프랑스인들은 '장관의 사생활'이라며 의연한 자세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