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4일 외환보유액 적정성 논란과 관련, 충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해 "외환보유액은 국제금융시장이 좋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고 사정이 나쁠 때만 문제가 된다"며 "현재 국제금융사정이 극히 나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외환보유액이 2천400억 달러 정도면 크게 부족하지 않고, 웬만한 때라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지난 7월에는 외환시장의 움직임이 정상을 벗어났다고 봤기에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했다"면서 "시장수급이 크게 어긋나서 불안하면 개입하지만 기본 원칙은 시장의 흐름을 따른다는 것으로, 앞으로 외환보유액의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이 작년 말 930원 수준에서 오늘 1,129원까지 왔는데, (이러한 오름세는) 정상은 아닌 것 같다"며 "변동성이 너무 심하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투자한 미국 모기지 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채권의 부실 가능성에 대해 "한은도 두 업체의 자산을 상당한 규모로 갖고 있다"며 "그러나 원리금을 상환받는 데는 문제가 없고 이자도 제 때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9월 위기설'에 대해선 "9월에 공교롭게도 외국인 보유 채권 만기가 집중돼 작은 문제가 크게 번진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지금 어려운 것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특히 9월만 나쁜 것은 아니다. 조금 힘든 시절이 앞으로 있겠지만 너무 나쁜 경우를 상정해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내년 상반기에 고액권을 발행할 경우 물가를 더 자극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대해 "고액권 발행이 통화나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본다"며 "다만 4만8천 원짜리가 5만 원으로 된다든가 하는 소위 `끝수 조정'은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또 은행이 발행하는 정액 자기앞수표의 상당 부분이 고액권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세와 관련 "연말까지 5%대 밑으로 내려올 수 있을지 확실치 않지만 유가가 내려서 연말에는 지금보다 물가 상승세가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유가가 20달러 가량 내렸기 때문에 9월 이후 경상수지 사정은 훨씬 나아질 것"이라며 "다만 자본수지는 외국인이 (주식, 채권을) 계속 팔지 여부를 알 수 없어 전망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이 최근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투자하는 입장에서 보면 지금이 바닥이냐, 아니면 더 기다려야 하느냐는 문제인데 이는 제3자가 판단하기 어렵다"며 "다만 해외 투자를 할때 그 자금을 어디서 조달할 것이냐 하는 점은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