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3일 일련의 사건으로 불거진 종교편향을 둘러싼 불교계의 반발이 `국론 분열' 사태로 치달을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 조기 해결을 위한 강력한 대책 마련을 청와대에 촉구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여의도 당사에서 개최한 박희태 대표 주재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불교계 동향을 청와대에 적극 전달하고,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해 당 차원에서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고 차명진 대변인이 밝혔다.

   차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우리나라가 이념간.지역간 갈등이 있어도 종교 문제로 국론이 분열된 사례는 없었다. 유사 이래 종교 문제로 국론이 분열될 상황이 도래할지도 모르므로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 표명이 있었다"고 밝혔다.

   차 대변인은 또 "이 문제를 미연에 막기 위해 당에서는 불교계 의견을 청와대에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하자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대다수 참석자들은 불교계 사태를 추석 연휴전까지 해결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고, 일부 참석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9일 예정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계가 요구하는 어청수 경찰청장 퇴진 문제와 관련, "대통령의 인사권 문제이므로 당에서 왈가왈부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적인 입장이 개진됐고, 구체적으로 어 청장의 사퇴주장은 없었지만 `국민 통합'이 중요하다며 우회적으로 자진사퇴론을 제기하는 의견도 일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더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도래하기 전에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된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당 대표가 의견을 수렴해서 원만하게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희태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 불교계 반발에 대해 "당정간에 이야기가 많이 있고, 조만간 좋은 해결책이 나오리라 기대를 하고 또 노력하고 있다"며 "청와대에서도 수용 가능하고 불교계에서도 그 정도면 되지 않겠느냐는 좋은 안을 찾기 위해 지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이 사과를 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박 대표는 "모든 것을 포함해 지금 연구를 하고 논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조만간 우리가 논의를 끝내고 결단을 하는 단계로 가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불교대책이 조만간 나올 것"이라며 "오래 가면 종교간 갈등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고 곧 종합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경찰청장의 퇴진은 본질이 아니다"며 "불자들의 자존심 문제가 가장 큰 문제이고, 정부의 종교 편향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 있다는 것도 문제인데, 이 두 가지만 안심시키면 본질적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준 최고위원도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도 "불교계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데 확실하게 공감한다"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 "주말쯤 어떤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종교 대책특위를 만들어 항구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키로 하는 한편 공직자의 종교 편향을 방지하는 관련 법안을 조속히 만들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