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올림픽 기간 동안 베이징을 찾는 사람들은 행운을 잡은 셈이다. 차량통제로 시내 중심지의 교통사정이 좋아졌을 뿐더러 공장과 발전소 등의 가동을 중단시켜서 대기오염도 많이 줄었다. 올림픽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는 ID카드라도 목에 걸고 다니면 요소마다 진을 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은 물론 일반시민들까지도 친절하게 도와주려는 자세다.

찾아가는 데도 힘들지만 차례를 기다리는 데 많은 시간을 각오해야하는 오리구이전문점 취엔쥐더(全聚德)에서도 올림픽 ID카드 덕을 톡톡히 보았다. 종업원들이 베이징을 찾은 VIP로 대접을 해주기 때문이었다. 중국요리의 지역별 특성과 가지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베이징의 대표적 음식은 역시 오리구이가 아닌가 싶다. 중국에는 '만리장성에 가지 않으면 사나이가 아니고 취엔쥐더의 오리구이를 먹지 않으면 정말로 유감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곳을 자랑하고 외국에서 오는 국빈들도 자주 찾는 명문식당이다.

오리구이 한 마리를 주문하니까 전문요리사가 식탁 옆으로 와서 직접 먹기 좋게 썰어주었다. 방금 구워낸 오리는 도자기 가마에서 나온 도기같이 반들반들하게 보였는데 우선 오리 가슴부위 껍질을 10여개로 잘라준다. 요리사는 한 마리의 오리를 99개 조각으로 자르는데 껍질과 고기를 붙여서 썰어 주는 것이 우리 입맛에 맞는 것 같다.

오리고기 전체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기 역시 과일냄새가 나는 나무로 구웠기 때문이라는 설명인데 오리 역시 자연환경에서 키운 것만 사용한다는 설명이었다. 물론 별도로 주문을 해야 하지만 오리간과 오리발 요리 역시 별미였는데 취엔쥐더의 상표가 붙은 황주(黃酒) 계통의 소흥주(紹興酒)가 오리요리에 어울리는 것같았다. 이번 베이징에서 먹은 오리는 1억1천536만9천485마리 째라는 기념카드를 받고 보니 150년 가까운 취엔쥐더의 역사가 실감나게 느껴졌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