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에서 좌절됐던 지방행정체제 개편 문제가 정치권 내에서 다시 공론화되고 있다.

   민주당이 정기국회를 앞두고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법 제정 추진 방침을 밝힌 가운데 한나라당 내에서도 개편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확산되고 있어 행정체제 개편논의가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한나라당 허태열 최고위원은 31일 여의도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전국의 시.군.구를 통합해 70개 정도의 광역시로 재편해야 한다"면서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를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7대 국회의 지방행정체제 특위에서 예산을 확보해 당시 행정자치부가 어떤 모델로 하면 좋을 지 이미 용역을 마친 상태"라며 "이 용역을 바탕으로 지금 행정안전부가 관련 법을 성안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개편을 시행하기 위해선 국정의 안정적인 운영 틀과 경제적인 안정이 갖춰져 있어야 하기 때문에 현재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시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논의에는 들어가되 절대 서둘러 시행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240여개의 시.군구를 70개 안팎의 자치단체로 광역화하는 방안에 "기본적으로 긍정적"이라면서 "야당이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도 환영"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지난 28일 의원연찬회에서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 비(非) 자치단체 등 3∼4개 계층으로 된 지방행정체제를 개편, 70개 정도의 자치단체로 일원화하는 내용의 가칭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현 행정권역 체제는 21세기 정보화 시대에서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행정권역과 생활권역이 일치하지 않아 비효율적"이라며 "시와 광역시, 도를 폐지하고 현재 234개 시군을 50-70개 정도로 줄이고 광역화하는 방향의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현행 시.도-시.군.구-읍.면.동 체제에서 16개 시도를 없애고 시.군.구를 몇 개씩 묶어 240여개 기초자치단체를 65개 전후로 묶자는 얘기"라며 "예산과 시간이 절감되고 행정서비스의 편의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경상도도, 전라도도 없어지기 때문에 지역 감정도 해소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오는 2010년 지방선거를 2년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여야는 17대 국회 때도 특위까지 구성, 시.도를 폐지하고 시.군.구를 통폐합해 전국을 인구기준 100만명 이하의 광역단체 60∼70개로 두는 방안의 지방행정체제 2단계 개편안에 상당 부분 공감을 이뤘으나 2006년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관련 논의가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