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일본 동북지방에 위치한 야마가타(山形)현은 산 많은 오지로 꼽힌다. 하버드대학 일본학 교수 출신으로 주일(駐日) 대사를 지냈던 라이샤워씨는 「세계적인 공업국가 일본에 야마가타 지방 같은 전통 문화와 자연 경관이 제대로 보존된 곳이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라는 요지의 글을 남겼다.

산 많고 강 맑은 야마가타의 자오(?王) 국정공원은 온천과 스키장으로도 유명하다. 일본 최초의 온천 중의 하나로 꼽히는 자오 온천장에 있는 다카미야(高見屋)는 향보(享保) 원년(元年) 1716년에 창업한 순 일본식 목조 건물의 여관이다. 292년동안 오자키(岡崎)가문이 16대를 계속해서 여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현 사장 오자키 시게야(岡崎重彌)씨는 사업을 확장하여 자오 온천에만도 4개의 호텔을 가지고 있다.

몇해전 일본 친지의 소개로 처음 다카미야를 찾았을 때는 고색창연한 목조여관의 내부가 의외로 쾌적하고 운치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대물림의 전통이 확고한 일본이라지만 여관이라는 가업(家業)을 16대나 면면히 지켜내려온 사실도 감동적이었다. 부인 준코(純子)씨는 일본식으로 젊은 여주인(若女將)이란 직함을 가지고 있었는데 일본의 오카미(女將) 협회의 간부직도 맡고 있었다.

지난번 센다이(仙台)쪽에 들러서 오랜만에 다카미야 여관에서 묵다가 입구에 자그만 글씨로 「우리 여관에 천황 폐하 일행이 체류하신 것은 큰 영광입니다」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여주인 준코씨에게 천황이 체류했다는 엄연한 사실을 왜 보일듯 말듯 적어 놓았느냐고 물으니 「천황 뿐 아니라 그동안 우리 여관을 찾았던 수많은 유명 인사를 영업에 이용할 생각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16대에 걸친 오자키 가문의 가업 계승의 비법과 정신적 측면을 감지할 수 있는 대답이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