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지난달 인도네시아의 휴양지 발리에서는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회의가 열렸다. 이틀 동안 열렸던 회의에서는 아시아 각국의 체육계인사들을 두루 만났지만 중국의 양양(楊揚·33) 선수와의 대화는 의외의 소득이었다.

회의 첫날 점심 식탁에서 우연히 마주하게 된 양 선수는 세계적인 쇼트트랙 스타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지성미와 풍기는 세련된 용모에 영어 실력은 물론 국제 정세도 정통하다는 것을 함께한 점심 식탁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바로 이 여성이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13억 중국인들에게 처음으로 2개나 안겨주었던 스타선수였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양 선수는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시작으로 올림픽에서만 금2, 은2, 동1 도합 5개의 메달을 따내고 2006년 토리노 대회를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중국올림픽위원회(C O C)는 은퇴한 양 선수를 집행위원으로 영입한 수 이어서 OCA의 선수위원회와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여성분과위원회 위원으로 추천했다. 과거의 스타 선수를 스포츠 외교관으로 키우려는 중국 체육 지도층들의 배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양선수 자신은 「중국 지도자들이 나를 신임해주고 기회를 준 것 이상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중국 CCTV의 체육 프로그램 앵커로 일하면서 베이징올림픽 자원봉사팀을 이끌고 있는 양 선수는 머지않아 국제 스포츠 외교 무대에서도 금메달리스트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중국보다도 20년 전에 성공적인 올림픽을 치룬 우리가 그동안 젊은 스포츠 인재들을 제대로 키우고 적재적소에 배치해 왔는가. 발리에서 양 선수와의 만남은 우리 스포츠 외교의 현주소와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