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사설
공공 저널리즘의 소임과 역할 다할 것
 
1988년, '6·10 민주화 바람'을 타고 탄생한 '인천일보'가 오늘로 창간 스무 돌을 맞았다.

20년 전 인천일보의 창간은 본거지 인천지역으로서는 대중일보의 후신인 인천신보, 경기일보, 경기매일신문의 맥을 계승한 지역 언론의 정통지(正統紙) 복간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각별했다. 그런 점에서 인천일보의 지난 20년은 단절된 지역 정통지의 맥을 잇기 위한 시간이었다 해도 무리가 아니다.

지금 생각해도 감회가 새로운 시민들의 열화와 같은 관심과 성원 속에 인천일보는 창간 사시(社是)를 '애향심 제고, 공동체 구축, 독자성 창출, 공정성 견지' 등 4개 항으로 정했다. 그리고 인천과 경기 지역민들이 원하는 공동체 발전, 알 권리 보장, 지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사회적 권력에 대한 감시자라는 역할 수행에 매진해 왔다.

그러한 노력은 한국기자협회가 시상하는 '이달의 기자상'을 휩쓸어 온 것으로도 입증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현재 우리 사회의 주요 변인체로 자리매김한 지역 인터넷의 출발이었던 인천정보통신센터 설립, 영종·용유·강화도·김포 검단지역 편입 캠페인, 굴업도 핵 폐기장 저지, 인천국제공항 유치와 명칭 개명 반대 캠페인 전개와 더불어 인천국제마라톤대회 개최 등은 공동체 발전의 주역이자 지역 대표지라는 인천일보의 위상을 지역민에게 각인시켰다고 자임한다.

지난 20년 지역사회도 격변의 연속이었다. 6·10 민주화 이후 30년 만에 부활된 지방자치제는 지역사회에게 단순한 중앙집권시대 종식의 의미를 넘어 거센 자립과 변혁의 아이콘이었다.

지난 세기말부터 불어 닥친 세계화 물결도 지역사회 내부에 양극화를 심화시켰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 지역민과 지방정부의 의식과 행동을 수도권과 한반도를 넘어 세계로 향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계층, 연령 간 대립과 갈등이 심화되고 지역민들의 관심 영역 또한 교육, 주거, 환경, 생명, 의료, 복지 등의 분야로 다양해졌다. 연이은 국제행사 개최는 지역민들의 국제화 눈높이를 한층 높여 놓았다.

여기에 인터넷 발달과 분권화 및 세계화 확산이 시대적 대세라는 점에서 앞으로 지역민의 국제화 눈높이와 관심사가 더 커지고 높아지며, 이로 인한 영향 또한 확대될 것은 자명하다. 이는 인천일보가 지역민과 함께 고민하고 헤쳐 나가야 할 소명이다.

돌이켜 본건데 인천일보의 지난 20년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인천일보는 지난 5~6년 내홍과 경영권 공백, 경영진 교체란 아픔을 겪었다. 이는 어느 면에서 15년이 넘는 지역 언론의 공백이 가져다 준 불가피한 과정이었다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와중에 지역 대표지로서의 소임과 역할을 다 하지 못한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 점, 지역민에게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머리 숙여 거듭 사죄를 드린다. 하지만 비온 뒤 땅은 더 굳어지게 마련이다.

인천일보는 창간 20년을 맞아 제2 창간의 자세로 지역 언론의 책무 수행에 더욱 매진할 것을 다짐한다. 이를 위해 우선 창간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공동체 발전에 진력할 각오이다.

지방자치제의 완성은 물론 서울의 그늘에서 벗어나 동북아 중심도시로 발전하는 것은 지역사회로선 늦출 수 없는 과제이다. 지역민들의 알권리 보장과 다양한 관심사 충족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정통의 지역 대표지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국내 최고의 지역 신문, 동북아 대표 신문으로 발돋음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 모두가 지역민과 함께 하지 않고는 공염불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인천일보는 향후 50년, 100년 지역민의 사랑을 받기 위해 우리에게 부여된 소명 완수의 길을 힘차게 걸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