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민복 시인
인천 구월여중서 '시 읽기 …' 독서특강

'탈 인간중심 사고' '거리두기' 등 강조



"꽃냄새는 내가 취하고 싶을 때는 향기롭지만 상하고 썩었을 때는 악취로 느껴집니다. 사람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 시 쓰기의 첫걸음은 발상의 전환입니다."

지난 19일 함민복 시인이 인천 구월여중을 찾아 '시 읽기와 쓰기의 즐거움'이란 주제로 독서 특강을 가졌다. 함 시인은 시 쓰기의 첫걸음을 '발상의 전환'으로 꼽았다. 그는 "익숙한 것들로부터 거리를 두는 연습이 필요하다"며 "낯설게 하기는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해준다"고 말했다.

함 시인은 <눈물은 왜 짠가>, <긍정적인 밥> 등 기존에 잘 알려진 작품 대신 <꽃게>와 <소래 일기장>이라는 동시를 소개해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은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날 낭송시로 동시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란 뜻의 인터넷 신조어) 나도 알아요. 젊은 세대들의 댓글달기도 일종의 글쓰기 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함 시인은 강연 중에 익살스런 말을 종종 던져 학생들의 웃음을 자아냈는데, 강연이 끝난 뒤에는 그의 사인을 받기 위해 학생들의 줄이 길게 이어졌다. 여느 아이돌 스타 부럽지 않을 인기였다.

충북 중원군에서 태어나 서울예전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함 시인은 1996년부터 강화도 화도면 동막리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올 가을에는 동시집을 출판할 예정이다. 출간할 동시집은 섬 생활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강화도는 역사와 자연의 땅입니다. 뱃사람과 자주 접하다 보니 자연스레 바다에 관련된 시가 많아졌어요."
자연과 바다에서 많은 영향을 받고 있지만 일상에 대한 성찰의 끈도 놓치 않는다.
"어느 날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고 왜라고 생각했습니다. 곧 모든 생명체의 흔들림은 원칙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이란 것을 깨달았죠."

/조혁신기자 blog.itimes.co.kr/mrp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