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지난 2005년 8월 태풍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했다. 도시 80%가 침수됐고, 1천800여명의 사망자와 20만명의 이재민을 낸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자연재해로 남아있다.

당시 아이오와주에 사는 14살 꼬마 탈야 레만은 매년 10월 할로윈데이때 귀신 가면을 쓰고 동네를 떠돌며 외치던(Trick or Treat-과자 안 주면 장난칠 테야) 놀이를 떠올려 이재민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모금운동은 웹사이트와 e-메일로 이뤄졌다. 그러자 모금운동에 동참하겠다는 어린이들이 전국에서 쇄도했다. 저금통을 깨고, 한푼 두푼 모아 놓은 용돈을 모금운동에 보탰다. 불과 네 달 만에 기부금이 500만 달러를 넘어섰고, 1년 만에 1000만 달러를 돌파했다.

어린 꼬마가 기적을 이뤄냈다고 대서특필 됐다. 미국 사회에 뿌리 깊게 내린 기부문화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미국사람 1인당 평균 기부액은 985달러다. 우리는 이런 일이 불가능 할 까.

얼마전 인천시는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내달 부터 공무원 급여 중 1천원 미만의 우수리를 모아 불우이웃을 돕는 '급여 우수리' 나눔운동을 벌인다고 발표했다.

시청과 산하 사업소 공무원 5천800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올 하반기부터는 10개 구·군 공무원 7천여명과 산하 공사·공단 임직원 2천200명도 동참한다. 급여 우수리를 1인당 월평균 500원씩만 모아도 연간 9천만원이라는 큰 돈을 모을 수 있다. 본인이 희망 할 경우 급여 중 1천~3천원을 추가로 적립 할 수 있어 모금액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우리도 기부문화가 확산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물론 인천시가 맨 먼저 모금운동에 나선 것은 아니다. 행정안전부는 작년 '행복드림봉사뱅크'사업을 통해 3천200여만원을 후원금으로 내 놨다. 경기도 역시 '봉급끝전 나눔운동'을, 충청남도는 '우수리 모금운동'을 펴고 있다. 공직자들이 솔선하고 나섰다는게 우선은 희망적이다.

사실 우리의 기부문화는 최근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IMF체제의 경제위기에서의 금모으기 운동, NGO운동의 확산,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확대 등은 기부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꿔놨다. 무엇보다 자율성이 강조되고 있다. 과거 국가 주도적인 준조세적 모금활동에서 많이 탈피한 모습이다.

그러나 아직도 기부행위는 편향적 요소가 강하다. 헌금 명목의 종교기관에 대부분 집중돼 있고, 나머지는 불우이웃돕기, 수재의연금, 사회복지기관 후원 정도다. 시민들의 기부의식이 아직 종교성과 동정심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개인의 기부가 점차 확대되고 있지는 하지만 여전히 기업에서 내는 뭉칫돈이 전체 기부액의 상당부분(중앙공동모금회의 경우 70%이상)을 차지한다. 시민사회가 성장 할 수록 기부문화에 관심이 높다. 특히 개인 기부활동이 두드러진다. 사회복지 부문에 있어 전통적으로 민간의 역할을 강조해온 미국이나, 복지 선진국가인 유럽 국가들은 늘어나는 복지재원 확보 방안으로 일반 시민들의 기부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기부문화는 그 나라의 시민의식 수준을 가늠한다. 기부는 세금이나 경제 활동과 같이 의무도 아니고, 경제적 이익을 위한 활동도 아니다. 기부야말로 선진국과 같은 성숙한 시민의식과 참여 속에서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기부문화 확산은 어느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기부문화는 정부, 기업, 언론, 시민사회단체, 시민들 모두가 함께 노력할 때 가능하다. 정부는 기부문화의 환경조성을 위한 합리적인 법제정과 제도의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 언론은 기부문화 캠페인과 모금활동을 중요한 사명의 하나로 인식 할 필요가 있다. 기업도 투명한 운영과 사회공헌활동 참여를 기업 윤리정신으로 삼아야 한다.

비록 공직사회에서 출발한 것이지만'급여 우수리'나눔 운동이 각종 단체나 기업 등 민간으로 확대돼, 우리 사회 전반에 기부문화가 깊게 뿌리내기길 기대한다.
 
/백종환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