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유난히 곱슬거리는 머리의 중년 여성이 뭔가 불안한 일이 있는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들어오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물어봤더니, 얼마 전, 호되게 야단친 둘째 딸이 집을 나간 후, 영 소식이 없다고 불안해하였다. 전후 사정을 다 듣고 나서 언제쯤 귀가 할 것인가를 놓고 동전으로 괘를 내어보니 화풍정(火風鼎)괘가 수천수(水天需)로 변한 괘를 얻었다.

"금방 들어올 것 같지 않은데요"하고 운을 띄우자, 행여 그러다 잘못되어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건 아닌지 안절부절 못하였다."당장은 아니더라도 들어오긴 들어오겠죠?"뭔가 확실한 답을 들어야만 마음이 놓이겠다는 듯, 애타는 심정으로 물었다. 희망과 절망은 동전의 양면 같아서 이럴 때, 희망마저도 주지 않으면 여사님이 쓰러질 상황이었다.

"빠르면 2월(卯月)에 들어오겠는데요"2월에 돌아온다고 한 것은, 육효 점에서 극명하게 나타내 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들어온다는 말에 위안이 되었는지 돌아서는 여사님의 어깨가 가볍게 느껴졌다. 그리고 얼마 전, 약간 들뜬 음성의 전화가 걸려왔다.

"어제 딸아이가 들어왔는데 다 선생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과연 2月이 되자, 그대로 됐다며 너무나 신기해 제일 먼저 필자에게 알려왔다.

인생을 살다보면 어려운 일도 있고, 순조로운 일도 있다. 힘들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순조롭다고 해서 안일해서도 안 된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힘들 때, 뭔가를 위로받고자 하는 심리가 있다. 그 위안은 심리적으로 불안할 때나, 혹은 성공의 길로 향해 나아가고자 할 때 특히 많이 작용한다.

정신은 육신에 의해 존재하고 육신은 정신에 의해 존재한다. 정신에 의해 존재하는 점(占)이란 인간이 갖고 있는 잠재된 원초적인 기(氣)를 순간에 읽어내어 신(神)과 바로 교통하게 하는 묘미를 준다.
다음 : 원형이정이란 032-867-0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