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중구 인현동 상가건물 화재참사를 보면서 허탈과 분노를 누를 수가 없다. 어처구니없다는 말도 이젠 공허하게 들릴 뿐 더 이상 할 말을 잃는다. 30분도 채 안되는 짧은 시간에 55명이나되는 귀중한 목숨을 잃었다는 비통과 분노에 그저 허망하고 아연할 따름이다. 희생자 대부분이 어린 중·고교생들이라는데 더욱 분노와 자괴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그것도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참사로 유치원생등 23명이 숨진지 불과 4개월만이다.

 이번 참화역시 비상시에 대비한 최소한의 방비만 돼있었더라도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개탄을 금할 수 없다. 화재가 대형참사로 이어진 결정적 원인이 출입계단외에 별도의 대피통로가 없었기 때문이다. 출입구외에 별도의 비상계단만 있었더라면 대형참사도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가장 희생자가 많이 발생한 2층 호프집은 좁은 공간에 20여개의 탁자가 빽빽이 들어서 화재가 났을때의 대피공간이 확보되지않아 대피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특히 120여명의 사상자를 낸 문제의 호프집은 무허가 영업을 하다가 적발돼 영업장 폐쇄명령을 받고서도 불법영업을 계속해오다 대형참사를 빚은 것으로 드러났다. 관할 행정기관이 불법영업사실을 알면서도 눈감아 준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사기에 충분하다. 평소에도 불법영업을 감추려고 문을 안에서 잠그고 영업을해 화재가 발생하자 100여명이 한꺼번에 빠져나오려고 출입문쪽으로 몰린데다 즉각 문을 열지못해 더 큰 참사로 이어진 것이라 여겨진다.

 화재사고가 난 동인천일대는 청소년들을 상대로 한 술집과 노래방 등 유흥업소들이 밀집해 있다. 업소입구에는 「미성년자 출입금지」란 표지가 붙어있고 인근에는 파출소가 있지만 술집마다 10대 청소년들로 북적대고 교복차림의 학생들이 아무런 제지도 받지않고 거리낌없이 드나든다니 청소년보호법은 있으나마나다. 현행 식품위생법과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들에게 술을 팔지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어른들의 얄팍한 상혼이 어처구니없게 어린 학생들을 희생시켰으나 이들의 탈선을 예방해야할 관계기관이 법을 외면해 청소년들을 사지로 내몬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문제는 이번 화재사고같은 안전무방비상태의 유흥업소들이 곳곳에 널려있는데도 안전점검이나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영업을 하는 유흥업소는 항상 대형화재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소방당국이 유흥업소에 대해 소방점검을 중점적으로 실시한다고 하지만 유흥업소의 화재무방비상태는 수년전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달라진게 없다는 사실을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화재가 발생한 문제의 건물도 지난 6월초 관할소방서의 정기소방점검을 받고 이상없다는 판정을 받은 사실도 밝혀졌다. 겉핥기식 소방점검은 아무리 반복해야 아무 수용이 없다는 점을 수없이 경험했을 것으로 짐작하고도 남는다.

 당국은 접객업소에서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일제점검이니 단속이니하며 부산을 떨다가도 시일이 지나면 언제 그런일이 있었느냐는듯 안전불감증에 또 빠진다. 이번 대형참사도 이런 안전불감증이 부른 범죄적 인재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국은 이번에도 사고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고 사고재발을 막겠다고 다짐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 참사를 잊어버릴게 불을 보듯 뻔하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이 되더라도 소방점검을 철저히 하고 소방법의 허점을 보완, 화재취약 건물이나 접객업소의 화재예방대책을 완벽히 갖추도록 해야 한다.

 이번 참사를 보면 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이 치유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질화 되었음을 볼 수 있다.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되는 위기를 깨닫지 못하면 우리사회 곳곳에 잠재해있는 끔찍한 사고는 앞으로도 계속 폭발할 수밖에 없다. 언제 어디서 무슨 사고를 당할지 불안감을 갖고 살아간다면 그런 곳을 살기좋은 사회라고 내세울 수 없다. 이번 참사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관련기관이나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과 응분의 처벌을 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