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인구 560만명의 미국 보스턴에선 올해로 112회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시민축제가 열린다.
런던마라톤, 로테르담마라톤, 뉴욕마라톤과 함께 세계 4대 메이저 마라톤의 하나인 보스턴마라톤대회다.
지구상 세 번째로 시작된 대회이자 올림픽을 제외하곤 오늘날까지 계속되는 마라톤대회 중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참가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기 때문에 보스턴마라톤에 참가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큰 영예로 여겨진다.
물론 기자가 직접 대회에 참가한 적도 구경한 적도 없는 들은 풍월이다. 하지만 조금 더 풍월을 옮겨보자.
보스턴마라톤은 전 세계 마라토너들의 선망 대상이면서 동시에 보스턴 시민들에게도 최고의 시민축제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축제 분위기는 4월 둘째 주 금요일부터 무르익는다. 셋째 주 일요일이 부활절이기 때문에 부활절 휴가를 얻은 사람들과 전 세계 마라토너들이 앞선 주말부터 몰려들어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이다.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모든 행사가 시민들 자원봉사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때론 대회 참가자보다 훨씬 많은 수의 자원봉사자가 행사에 참여할 정도로 시민들의 자원봉사 참여 열기가 높다. 보스턴 시민들에게 있어 보스턴마라톤은 단순히 일회성 대회가 아니라 지역을 대표하는 최고의 축제이자 생활의 일부분이 돼 있는 것이다.
대회 본부도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이 축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조차도 이날 만큼은 마라톤과 연계된 스케줄을 잡는가 하면 심지어 프로야구 경기가 끝나면 곧바로 거리로 달려나와 선수들을 응원할 수 있도록 경기일정을 변경하기도 한다.
보스턴마라톤과 한국 또는 보스턴마라톤과 인천. 서로 아무런 상관없는 남의 이야기 같지만 실은 보스턴마라톤이 우리 생활 속에서도 서서히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수 년 전부터 국내 또는 인천의 마라톤 마니아들은, 여행사들이 앞다퉈 내놓는 보스턴마라톤 패키지 여행상품을 선택하길 주저하지 않고 있다.
보스턴마라톤의 감격을 체험하고 유서 깊은 도시를 관광하는 '지구촌 스포츠 마케팅'의 물결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인천고 육상선수 출신으로 현재 칠순마라톤풀코스클럽 회원으로 활약하며 풀코스 109회를 완주한 손유현(71) 할아버지는 보스턴마라톤에 두 차례나 출전했다.
손 할아버지는 "모든 참가자가 결승점에 도달하는 순간까지 연도를 떠나지 않고 거대한 응원물결을 이루는 보스턴마라톤의 현장을 직접 목도하면서 진한 감동을 받았다"고 말한다.
2004년 제108회 보스턴마라톤에 참가한 조윤구(62) 인천 해오른병원장(새생명찾아주기운동본부 이사)도 "뙤약볕 속에 굴곡 심한 코스를 달리는 게 고통스러웠지만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의 응원에 힘이 용솟음치는 것 같았다"고 회상한다.
아직 보스턴마라톤에 견줄 바는 못 되지만, 빠른 속도로 동북아 중심도시를 향해 질주 중인 인천에도 인천국제마라톤대회가 있다.
오는 30일 오전 9시 문학월드컵경기장~송도 해안지구 구간을 달리게 될 이번 제8회 인천국제마라톤엔 국제엘리트 하프부문 남자선수들을 비롯해 나라 안팎 마라톤 마니아 1만5천여 명이 참가한다.
회를 거듭할수록 시민 참여 열기도 고조돼 이번 대회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 수만 3천여 명에 달한다.
과거와 달리 단순한 마라톤대회에 머물지 않고 경향각지 마라톤 마니와와 가족 그리고 시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정을 나누고 대화할 수 있는 축제의 마당으로 연출되고 있다.
여기에 대회 직후인 당일 오후 3시엔 문학구장에서 2007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구도(球都) 인천'의 자존심을 세워 준 인천 SK와이번스의 프로야구 2008년 시즌 홈개막 2차전이 벌어진다.
지위의 높고 낮음, 부의 많고 적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함께 하나가 돼 신나게 떠들고 웃음꽃을 피울 수 있는 '장'이 서는 것이다. 일부 시내 도로의 교통이 몇시간 동안 부분통제됨으로 인해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적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 년에 딱 한 번 열리는 인천 최대의 시민축제를 탓하기보단 긍정적인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어떨까. 대회가 270만 인천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 발전에 긍정적 여파를 미칠 수 있도록 성원을 보내면 어떨까.
이왕이면 휴일인 이날 가족과 함께 거리에 나와 우리의 가족이자 동료인 마라톤 참가자들에게 뜨거운 박수와 함성을 보내는 응원물결을 일으켜 보면 어떨까. 지구촌에 인천을 각인시킬 수 있는 축제로 키워보면 어떨까.
 
/윤관옥 체육부 차장